‘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의점’으로 불리는 미라이 편의점을 찾는 방문객은 연 15만여 명. 전체 지역 인구 999명의 150배, 도쿠시마와 카가와, 에히메 등 시코쿠 전체 4개 현의 연간 외래 방문객 70만 명의 5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소멸 위기의 최극단에 몰렸던 기토촌의 기적을 일군 주인공은 일본 전자책 유통업계 1위 회사 ‘미디어두’(Media Do)의 후지타 야스시(51) 대표.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그를 지난달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농업박람회’ 현장에서 만났다. 개막식 기조강연을 맡은 그는 바쁜 일정으로 인해 당일치기로 한국을 찾았고, 1시간 남짓의 짧은 만남 이후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
후지타 대표는 “최근엔 한국인 단체 관광객 방문도 부쩍 늘었다”며 “미라이 편의점은 단순히 생필품과 특산품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마을의 첫 관문,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서로 소통하고 교감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 등 총 11건에 달하는 국내외 디자인상 수상은 지역색을 살린 디자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입힌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마을을 지나는 국도변 폐교를 개조해 만든 미라이 편의점은 콘셉트 설정과 설계에만 꼬박 3년이 걸렸다. 후지타 대표는 낡은 건물에 마을의 상징인 유자나무를 형상화한 노란색 Y자 기둥으로 건축미를 살리고, 지역민과 방문객이 교감하고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곳이라는 스토리를 더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의점’을 완성했다.
|
2013년 유자 가공품 유통·판매회사 ‘황금마을’로 시작된 후지타 대표의 마을 살리기는 2017년 기토 디자인 홀딩스를 설립하면서 본격화했다. 유자 가공품 판매는 베이커리 디저트 샵 ‘유자나무’ 개장으로 확대하고, 폐야영장에 글램핑 리조트 ‘캠프 파크 기토’ 조성으로 발 디딘 숙박사업은 폐가옥을 활용한 커뮤니티형 장기 숙소 ‘넥스트 챕터’로 확장했다. 지난해엔 격투기 체험시설인 ‘니시우 데 레포스’도 열었다.
그는 “세간의 화제가 된 미라이 편의점의 성공보다 더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성과는 지역사회에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생(自生)·자활(自活)·자주(自走)의 주인의식과 자신감이 뿌리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
그는 ‘기업가정신’이 지방소멸 난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소멸 위기 지역이 ‘V자’ 반등을 하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 과감한 도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그 방법과 노하우를 가장 잘 알고 실행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기업가’라는 이유에서다. 자신이 기토 마을 살리기를 10년 넘게 이어오는 이유도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후지타 대표는 “어렵게 반등 기회를 잡은 지역이 다시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자생력과 지속성도 투자와 생산, 판매, 재투자로 이어지는 기업활동의 메커니즘이 작동해야만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정부·지자체 예산을 기업에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자금 지원은 주고받는 쪽 모두 부담만 되고 피로도만 높일 뿐이죠. 각종 인허가와 공공 구매 등 자금 지원 말고도 공공 행정을 통해 기업활동을 지원할 방법은 다양합니다.”
|
그는 “매달 정기적으로 모여 기업가 관점, 기업활동 측면에서 어떻게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며 “5년 안에 대상 지역을 전체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도쿄도를 제외한 46개 지역으로 확대해 기업인 1만 명이 참여하는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후지타 야스시 대표는…
▶1973년 도쿠시마현 나카군 기토촌 출생 ▶메이조대 법학과(1992~1996년) ▶미디어도 대표이사(1996년~현재) ▶기토 디자인 홀딩스 대표이사(2017년~현재) ▶사단법인 도쿠시마 이노베이션 베이스(TIB) 대표(2020년~현재) ▶도쿠시마 갬바루스 프로농구단 대표이사(2022년~현재) ▶사단법인 엑스 이노베이션 베이스(xIB) 재팬 대표(2023년~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