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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소비)는 전월대비 1.8% 줄어 지난 9월 이후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9월 전월대비 2.0% 줄었던 소비는 10월 감소폭(0.2%)이 다소 진정되는 듯 했으나 11월 다시 큰폭으로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의복 등 준내구재(-5.9%), 가전제품 등 내구재(-1.4%), 화장품 등 비내구재(-0.5%) 소비가 모두 줄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회식 자제와 따뜻했던 날씨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1월은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99년 만에 ‘11월 최고기온’을 기록해 동계 의복 등 소비가 급감했다.
1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1% 늘어 7월 이후 5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으나,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 생산은 전월대비 11.0%나 감소했다. 올해 반도체 생산이 두자릿수 감소한 것은 지난 8월(-12.8%) 이후 두번째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달 0.2% 반짝 반등했으나 동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11월 반도체장비 일평균 수입액은 7530만 달러로 10월(7160만 달러)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반등 조짐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시장이 좋을 때 선주문한 장비가 시차를 두고 도착한 것으로, 회복 기대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건 세계 경기둔화우려가 증대되고 있고, 그러면서 IT수요 둔화한 데 주로 기인한 것”이라며 “중국 방역조치가 완화됐지만 여전한 봉쇄조치 여파와 스마트폰 등 전반적으로 업황 수요가 둔화하면서 재고가 쌓이고 생산이 감소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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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시장 역시 좋지 않다. 건설기성은 전월대비 1.4% 증가했으나, 미래 경기와 직결되는 건설수주(경상)는 도로·교량 등 토목(-21.8%)과 사무실·점포 등 건축(-6.9%)에서 모두 줄면서 전년동월대비 -11.1%나 감소했다. 지난달 -36.8%보다는 감소폭이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두자릿수 거친 감소세다. 특히 민자 건설수주가 전년대비 27.3%로 가장 크게 줄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생산·소비·투자를 모두 반영해 산출하기에 경제 종합성적표로 불린다.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계속 하락세였던 데 반해 잘 버텼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까지 큰폭 하락전환한 것은 향후 반등 기대감을 갖기 어렵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빨간불이 켜진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 대응을 예고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적극적인 경기 대응을 위해 신속히 집행할 것”이라며 “상반기 중 65% 이상 재정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금리 영향으로 인한 가처분 소득감소와 부동산 폭락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금리인상을 조절하고 부동산 규제를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