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권의 시집 출판한 감성CEO, 김환식 한중엔시에스 대표

'15년 매출 635억원의 자동차부품제조 기업
10년간의 공무원 생활, CEO를 꿈꿔 창업
7권의 시집을 낸 감성CEO
사내 복지·직원과 소통에 관심 많아
  • 등록 2016-08-22 오전 6:00:00

    수정 2016-10-20 오후 5:40:13

[영천=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학창시절에는 나름 문학소년이었습니다. 늦게나마 시(詩)를 쓰며 꿈을 다시 찾은 셈이죠.”

19일 경북 영천시 자동차부품경제특구 내 한중엔시에스에서 만난 김환식(58) 대표는 지방 공무원에서 600억원대 자동차 부품기업 대표로 변신한, 또 7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김환식 한중엔시에스 대표는 “지금은 창업 20년을 넘어 새로운 20년을 향해 도약할 시기”라고 말했다. (사진=박경훈 기자)
지난해 매출 635억원의 한중엔시에스는 자동차용 배기시스템부품, WCS(에어백 압력 조절 승객 중량 감지센서 모듈), 램프, 브레이크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강소기업이다. 이 제품들은 현대자동차(005380)·기아자동차(000270)·현대모비스(012330)를 비롯해 미국 타이코 일렉트로닉스(TE)·테네코(Tenneco), 독일 브로제(Brose) 등에 납품한다.

10년간의 공무원 생활…기업단지조성 실무 맡으며 CEO 꿈꿔

영천이 고향인 김 대표의 어릴 적 꿈은 국어 선생님이었지만 가난한 집안 환경 탓에 고교 졸업 후 공무원 길을 걷는다. 평범한 지역 공무원이었던 김 대표를 기업 CEO로 변신케 한 단초는 영천농공단지 조성사업이다. 그는 “1985년에 농공단지를 조성하면서 기업 유치·지원 업무를 맡았고 자연스레 기업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업을 하나라도 더 도와주기 위해 주말까지 반납하며 일했다. 하지만 당시 그런 그의 모습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김 대표는 “당시는 창업하려면 도장만 200개를 찍어야 했던 시절”이라며 “이들을 돕기 위해 인허가 서류를 직접 들고 관련 부서 협조하려고 하면 다들 기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가 씨앗을 뿌려놓은 기업들이 하나 둘 성장해 나갈수록 김 대표의 머릿속에서는 낮은 처우, 폐쇄적인 문화 등 공무원 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기업인에 대한 동경이 꿈틀댔다. 결국 나이 서른셋이던 1991년 10여년의 공무원 생활을 마감했다. 퇴직금을 포함 손에 주어진 돈은 1500만원 남짓이 전부였다. 그는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영농단지 조성 경험을 살려 기업 컨설팅 업체를 꾸려 1억원의 돈을 모았다. 부족한 실력을 메우기 위해 경북산업대(현 경일대)에 들어가 경영학을 전공한다.

한중엔시에스는 스마트공장 설비를 구축했다. 목표량과 조업도를 보여주는 화면. (사진=박경훈 기자)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 김 대표는 1995년 대구 북구에 12명의 직원을 지닌 부품제조기업인 ‘한중’을 열었다. 하지만 자동차부품과 전혀 무관한 이력을 보고 제품을 맡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 대표는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일단 6개월만 지켜보고 그때도 아니다 싶으면 계약을 끊어도 좋다’”고 설득해 납품 수주를 받았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자동차 램프에서 시작한 한중엔시에스의 생산품목은 프레스 단품·볼트·너트 등으로 다양해졌다.

한중엔시에스는 2000년대에 다른 기업에 비해 성장률이 좋았다. 김 대표는 “IMF때 많은 영세기업들이 도산하고 살아남은 기업은 대부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며 “우리는 그때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고 성장 비결을 말했다. 2005년 10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08년 200억원으로 2배로 뛰었고 현재는 600억원대로 뛰었다.

김환식 대표의 시집 ‘버팀목’과 ‘참 고약한 버릇’. (사진=박경훈 기자)
7권의 시집을 낸 감성CEO…창의성, 인문학 감성 기르기 위해

김 대표는 시집과 칼럼집 8권을 출판한 작가로, 대구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음주 대신 독서로 풀 정도로 글을 좋아한다. 김 대표는 “학창시절 누구보다 글을 좋아했었는데 삶이 워낙 바빠 그동안 진짜 좋아하는 것을 잊고 살았다”고 돌이켰다.

그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창의성과 인문학적 감성을 기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시를 쓰다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며 “시 창작이나 제품 생산은 무언가를 새로 만든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인문학 사랑은 경영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2010년, 직원 누구나 원하는 책을 신청해 볼 수 있는 서재를 만들었다. 서재에는 책이 3000여권이나 있다.

김 대표는 사내 복지에도 남다른 관심을 쏟는다. 한중엔시에스는 내일채움공제 1호 기업이다. 직장어린이집은 물론 사내대학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김 대표는 “고졸 직원들은 사내에서 학위를 딸 수 있어 좋고, 기업은 대학 진학을 이유로 직원들이 퇴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목표는 두 가지다. 김 대표는 “현재 큐브젠(CUBEGEN)이라는 브랜드의 휴대용 축·발전기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우리 브랜드로 출시되는 신제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구성원 모두 꿈·희망·행복이 가득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직원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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