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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지역난방 요금이 잇따라 인하됐지만 전기요금은 그대로다. 저유가로 인한 원가 인하 효과는 동일한데도 한국전력(015760)공사는 다른 공사와 달리 요금에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 전력 원가는 내려가는데 판매가는 그대로 유지하다 보니 한전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한전이 전기를 팔아 얻은 매출만 53조9636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치다. 그럼에도 전기요금은 요지부동이고 한전은 조용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난해 한전이 거둬 간 전기료 53조9636억
가장 큰 이유는 전기요금이 ‘연료비 연동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 생산에 쓰이는 석탄·천연가스·중유 등의 가격 변동을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현재 가스 요금, 지역난방 요금에는 이 제도가 도입돼 있다. ‘도시가스요금 및 발전용요금 연료비 연동제 시행지침’에 따르면 가스요금의 경우 2개월(홀수월)마다 산정한 원료비가 기준원료비의 ±3%를 초과해 변할 경우 요금을 조정하게 된다. 지역난방 요금은 가스요금과 연동돼 조정된다. 저유가인 현재는 원료비 인하로 요금이 자동적으로 내려가게 된다.
산업부 전력진흥과 관계자는 “당시엔 전기요금이 석유·가스요금보다 너무 낮았기 때문에 전기료를 올리고 전기 소비도 줄이려는 취지에서 제도를 도입했다”며 “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기료가 자주 변할 경우 국민들에게 혼란을 빚을 것이라는 판단에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그 당시보다 전기요금도 많이 올라 제도도입 필요성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 유가보단 산업부 장관에 ‘좌지우지’
이 결과 현재 전기요금 결정 체계는 시장 요인보다는 산업부 장관의 승인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전기사업법(16조)·물가안정에 관한 법(4조)에 따르면, 한전이 전기요금 약관 개정안을 만들면 산업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를 거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전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이 같은 기재부 협의·산업부 승인 절차를 거쳐 전기요금을 매년 인상했다. 여기에 저유가까지 겹쳐 한전은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현행 요금결정 구조, 저유가 상황에서 한전은 이 같은 흑자 행진을 계속할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누진제를 개편해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를 당장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종영 중앙대 교수(전 지식경제부 에너지정책전문위원)는 “현재는 정부가 법으로 전기요금을 통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시장 상황이 반영된 요금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많이 쓸수록 할인을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비싸게 요금을 물어야 하는 누진제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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