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SK-헬로비전 합병을 보는 ‘또다른 시선’

  • 등록 2016-04-19 오전 5:18:00

    수정 2016-04-19 오전 5:18:0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보고서를 구하라”.

며칠 사이 통신·방송 업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건에 대해 “공정위 심사 보고서는 언제 나오는가? 전원 회의는 언제 열리나?”에 관심이 많다. 이번 M&A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극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첫 번째 심사를 맡는 공정위의 입장이 이후 진행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13 총선도 끝났으니 이제 공정위가 현안을 처리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사무처가 작성하는 것으로 전원회의가 열리기 20일 전쯤 피심의인 회사에 전달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5월 초 전원회의가 결정된다면 이번 주 중으로 심사보고서가 송달돼야 하는 것이다.

심사보고서 자체는 공정위의 결론이 아니고 사무처의 검토문서에 불과하나, 기자들은 물론 관계부처, 경쟁회사들까지 ‘문서 구하기’에 혈안이다. 특종 의식 때문일 수도, 경쟁법 집행기관인 공정위 공무원 생각이 궁금해서일 수도, 사무처 의견의 약점을 찾아 전원회의 심결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찬성이든 반대든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게 무슨 문제랴. 그것이 공론의 장에서 정정당당하게 이뤄진다면야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이번 M&A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노동개혁법, 테러방지법처럼 일반 국민이 피부로 느낄만한 이슈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 M&A는 인가 신청서를 낸지 5개월이 지났지만, 입장 차와 갈등의 강도는 여전하다.

“이번 M&A로 나쁜 기업 SK의 독과점이 강화될 것이다‘라는 경쟁사(KT, LG유플러스)와 방송사 SBS의 견해는 변함이 없고, ’M&A를 계기로 미디어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SK와 CJ의 입장도 예전과 같다.

경쟁사들은 합병반대 신문광고를, 지상파 방송사들은 뉴스보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4월 7일까지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에서 SK와 CJ를 비판한 보도는 41건에 달하고, 이중 SBS가 30건을 차지했다.

이 같은 대립은 방송통신, 미디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 측은 50%에 육박하는 SK 이동전화 시장 점유율이 결합상품을 통해 미디어 시장으로 전이될 것과 통신 대기업이 방송에 들어와 공익성을 해칠까 걱정한다. 찬성 측은 KT 우위의 유선·미디어 시장에서 합병을 통한 결합상품 경쟁은 소비자에게 이로우며, 미디어와 콘텐츠에 돈이 돌게 해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논리를 들여다보면 수긍되는 면도 있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도 있다. SK의 이동전화 지배력(또는 경쟁력)이 결합상품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장담은 못하겠다. 하지만, 적어도 미디어 시장에선 KT군(KT-스카이라이프)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효과가 있는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이번 M&A가 3200억 콘텐츠 펀드 등으로 우리 사회 전반의 미디어·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은 동의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꼼꼼한 약속 점검을 전제한 것이라면 말이다.

SK가 CJ가 아닌 콘텐츠 분야에서 지상파 방송사를 위협하지 않는 다른 기업, 씨앤앰이나 티브로드를 인수한다고 했다면 논란이 적었을까. 이 딜이 깨진다면 유료방송시장의 인수합병 바람은 당분간 어려울까. 배석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지역채널의 가치 유지와 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전제로 (이번 M&A를) 찬성한다”고 말했다. 통신 3사의 IPTV 결합상품 공세로 허덕이는 케이블TV의 미래가 불안하니 상호 M&A를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제 판단해야 한다. 지배력 전이 우려를 최소화하는 조건을 달아 허용할지, 아니면 지금 상태의 유료방송 시장 구조를 유지할지 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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