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헬로비전 M&A로 요금 오를까..결합상품이 관건

방송요금 오른다, 그런데 나쁜 일일까?
전체 요금은 결합상품으로 인하 가능성
  • 등록 2016-04-04 오전 1:51:58

    수정 2016-04-04 오전 1:56:4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증권(001510)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 지분 인수와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이후 합병법인의 영업환경과 시너지를 제시한 보고서가 논란이다.

SK증권은 ‘무엇이 좋아지는가?’라는 보고서에서 합병법인의 기대효과로 ①유료방송 점유율 제한(33.3%)에 따른 가입자모집 경쟁 완화 ②결합상품을 통한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으로 TV ARPU(가입자당매출) 상승 ③SK텔레콤 재판매를 통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증가 기조 유지 ④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에서의 협상력 강화 등을 꼽았다.

이중 논란인 것은 ▲가입자모집 경쟁 완화와 ▲TV ARPU(가입자당매출) 상승 부분이다.

몇몇 언론에서 합병법인이 탄생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이 완화돼 기업이 서비스 질을 개선할 유인이 사라진다는 비판과 함께, 합병법인의 ARPU 상승은 소비자 입장에선 요금이 올라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간 SK텔레콤은 헬로비전 합병과 관련해 요금인상은 없을 것이라 했는데 계열사인 SK증권이 ARPU 상승(요금인상)을 예상한 만큼, SK그룹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짓말쟁이라는 얘기다.
▲논란에 휩싸인 SK증권 보고서
보도가 나오자 SK증권은 보고서의 진의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SK증권은 가입자모집 경쟁 완화는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 완화를 의미한다고 했다. 위약금을 대납이나 10만 원 상품권을 주는 게 아니라 서비스 품질 경쟁을 통해 가입자를 모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으로 유료방송 요금은 오를 수 있지만, 이동통신과 케이블 상품과의 결합상품 할인 효과로 전체 가계통신비는 하락하리라고 반박했다. 사전에 SK그룹과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것은 자본시장통합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유료방송 경쟁 강도는 처한 입장따라 달라

SK-헬로비전 합병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좋은 경쟁(서비스 품질 경쟁)’이든 ‘나쁜 경쟁(소모적 마케팅 경쟁)’이든 완화될 지, 그렇지 않을지는 처한 위치에 따라 시각이 다르다.

합병법인 입장에선 점유율이 26.5%가 돼 30.0%의 점유율을 지닌 KT그룹과 한 번 경쟁해봄 직하면서도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제한(33.3%)에 묶이니 SK브로드밴드만 있을 때보다는 가입자모집 경쟁이 줄어든다. 가입자획득비용이 감소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반면 KT 입장에선 센 경쟁자가 생기니 경쟁이 이전보다 심화하는 셈이고, 통신 3사 중 IPTV가입자가 제일 적은 LG유플러스에는 경쟁을 넘어 전쟁이 격화되는 격이다.

LG유플러스나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등은 상호 M&A나 지역 케이블TV사업자(SO) 인수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방송요금 오른다, 그런데 나쁜 일일까?…전체 요금은 결합상품으로 인하 가능성

그런데 SK-헬로비전 인수합병 이후 요금이 오르느냐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논의 주제다.

보고서에서는 SK텔레콤 이동통신과 CJ헬로비전 아날로그 TV 가입자의 결합 및 디지털 전환으로 CJ헬로비전의 ARPU(가입자당 매출액)가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CJ헬로비전 아날로그 가입자의 월 ARPU는 3500원이었으나 디지털 전환 시 1만 1000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요금이 디지털 전환으로 올라가는 걸 꼭 나쁘게 봐야 할까는 의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월간 ARPU는 8356원(2014년 기준)으로 2013년(8393원)에 비해 0.4% 줄었고, 이는 OECD 국가의 유료방송 전체 평균 월간 ARPU(31.72달러, 한화 3만6541원)의 절반도 안된다.

저성장과 양극화로 요금인상에 대한 서민 부담은 크지만, 지나치게 낮은 유료방송 수신료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디지털 전환으로 요금 수준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문화 상품이니 어느 정도 가격을 지급하자는 의미다.

유료방송(케이블TV, IPTV, 위성방송)과 통신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 대중화로 디지털 전환을 하더라도 가계가 통으로 지출하는 방송·통신비용은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국내 이동통신3사의 결합상품은 약 11%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되려 국내 이통3사가 거의 짬짜미 수준의 결합상품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업체별 결합상품 가격 (2015년 8월 기준, 출처: 경실련) * 모바일은 62요금제 이상의 1회선으로 설정, 인터넷, TV 등은 3년 약정 금액. * 부가세 포함한 가격임
2012년 3월 2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배포한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결합상품 이용-가구당 연 9만 4천원의 방송통신비 절감’이라는 보도자료에서도 결합상품이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다.

결국 논란이 된 SK증권 보고서의 유료방송 ARPU 인상(유료방송 요금인상) 보고서 역시 합병법인의 결합상품 할인율이나 결합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SK-헬로비전 합병법인이 과도하게(소비자에게만 이익이 되게) 결합상품 할인율을 적용하는 게 옳은 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 결합상품 요금수준 역시 OECD 국가 중 저렴한 수준인데, 모바일 결합 자체가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되나 모바일이 없는 케이블TV회사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급속하게 진행된다면 유료방송 중 가장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큰 케이블TV 종사자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2014년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는 ‘이동전화 결합상품이 없다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서비스하는 유료방송(IPTV)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10%p까지 감소할 수 있고,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의 점유율 역시 8.25%p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OECD국가와 우리나라의 결합상품(TPS, QPS)요금 수준 비교. 출처: ‘OECD Digital Economy Outlook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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