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말 이메일’로 제 발등 찍은 박용성 회장

  • 등록 2015-04-23 오전 3:01:01

    수정 2015-04-23 오전 9:40:00

박용성 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대학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보낸 ‘막말 이메일’로 인해 파문이 확산되자 끝내 사퇴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 회장과 대학체육회 명예회장직에서도 모두 물러났다. 중앙대가 가뜩이나 교육부 특혜의혹과 관련해 수사대상에 오른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절제되지 않은 막말로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그가 재계 인사 가운데서는 비교적 사회적인 신망을 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파동은 안타깝다. 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목을 쳐달라고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쳐줄 것”이라고 이메일을 보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중앙대 비대위를 ‘Bidet委’(비데위)로 표현하고 ‘鳥頭’(조두)라고 비웃었다고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대학 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중압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와 방법이 따라야 한다. 추진하는 일이 아무리 옳더라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대화와 설득이 필요한 것은 대학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발이 심할수록 당사자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목을 치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목적을 이룰 수는 있겠으나 부작용을 감안해야 한다.

그는 2008년 중앙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구조조정을 강력 추진해 왔다. 총장직선제 폐지와 교수성과급 연봉제 등 대학에 대기업식 문화를 접목하려는 시도로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불가피한 시도라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대학사회라고 기득권의 테두리 안에 안주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 문제가 된 ‘막말 이메일’도 그러한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 여겨진다.

그가 물러난 상황에서 중앙대 구조조정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 하는 것이 또 다른 관심이다. 막말 파동과는 관계없이 구조조정은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 최근 내부 구성원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학사구조 개선안 대타협을 이뤄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와 함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처신과 언행이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시켜 준 것은 타산지석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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