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임대주택정책 '숫자놀음' 경계해야 하는 이유

  • 등록 2015-01-13 오전 3:00:20

    수정 2015-01-13 오전 3:00:20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라는 공장에 들어가면 결과물은 결국 똑같아져요. 같은 물건이 대량 생산돼 나오는 거죠.”

최근 사석에서 만난 부동산 전문가가 던진 말이다. 우스개 소리로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얘기지만 이 말엔 분명 뼈가 있다. 그동안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실패한 주된 이유인데다 현 정부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임대주택 부족 국가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하위다. 2011년 공개된 OECD 국가 평균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전체 주택의 11.5%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5.2%로 평균치를 크게 밑돈다.

그러다보니 임대주택 공급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땐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 이명박 정부 땐 ‘보금자리주택 150만호(분양 포함) 공급’, 그리고 현재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을 기본 정책으로 삼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 방식은 정권별로 다르지만,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기본 취지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같은 것은 이뿐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점이 그렇다. 우려되는 것은 아직 집권 중반 밖에 안된 박근혜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도 벌써부터 비슷한 결과가 점쳐진다는 점이다.

원인은 바로 ‘숫자놀음’에 있다. 매번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난 이유가 이것이다. 임대주택뿐 아니라 모든 주택 공급의 기본은 수요-공급 원칙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집을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결같이 임대주택을 얼마만큼 짓겠다고 발표하면, 그 숫자에 맞추기 위한 공급 정책을 펴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임대주택 핵심 정책이었던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은 부족한 공공임대주택을 한꺼번에 해결할 묘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임대주택을 지어도 입주자가 없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임대주택 짓는 사업을 멈추지 않았고, 이는 사업 시행을 맡은 LH의 재무 부실로 이어졌다. 수요가 있는 곳이 아닌 100만호 공급이라는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결과다.

이러한 반성 아래 만들어진 것이 바로 보금자리주택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포함한 보금자리주택을 150만호 건설하기로 하고,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까지 대대적으로 풀어 6차까지 지구 지정을 마쳤다. 하지만 결국 보금자리주택도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고, 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등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결국 실패한 정책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행복주택도 마찬가지다. 정부(LH)는 지난해 행복주택이 당초 목표보다 공급량(사업승인)을 초과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가 당초 목표로 한 행복주택 건설 대상지가 높은 건축비와 주민 반대 등에 부딪히자 질보단 양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것도 LH의 주특기인 대량 공급 방식으로 말이다.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 방향도 염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의 권유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대상 사업장이 그동안 사업성이 없어 사업을 미뤄온 미착공지여서 비난을 사고 있다.

현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도 이전 정권 때와 별반 차이 없는 생색내기식 숫자놀음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는 이유다. 정부는 처음 행복주택 시범사업을 발표할 당시 강조했던 ‘직주 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거리)’의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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