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證, STX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 교란 주범 뭇매

동양그룹 부도직전 CP 대량 유통·STX그룹 자율협약전 BW 대표주관·판매
구조조정 시기 지연 역할...상품별 리스크 허용한도 규제 강화 필요
  • 등록 2013-10-14 오전 6:00:00

    수정 2013-10-14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동양그룹이 CP 돌려막기의 창구로 활용한 동양증권이 STX 등 기업 구조조정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부실징후가 뚜렷한 기업의 투기등급 채권을 광범위한 리테일망을 통해 유통시킴으로써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투기등급 채권 판매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상품별 리스크 허용한도(Risk Tolerance) 등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그룹이 금융 계열사인 동양증권, 동양파이낸셜대부 등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에 대한 우회지원 수단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CP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실징후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전락한 CP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림자 금융(shadow finance)’으로 일컫어지는 CP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는 수년전부터 계속돼 왔지만, 시장성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과 이들 CP를 주로 판매하는 중소형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다소 느슨한 감독정책이 유지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동양그룹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사기성 CP를 집중 발행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은행 등 채권금융회사는 CP를 유통시킨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사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양그룹의 부도 가능성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지만, 동양증권을 통해 계열사 CP를 광범위하게 판매함으로써 그룹이 연명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양그룹이 채권단 손을 벌리지 않은 이유도 자체적으로 대규모 CP를 발행, 판매할 수 있는 유통망(동양증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모회사인 동양그룹 사례 이외에도 현재 구조조정 중이거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 대거 동양증권을 이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올해 4월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그룹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동양증권은 그동안 STX에 대한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주관사로서 소위 ‘재무주치의’ 역할을 해왔다. 시장성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 STX그룹이 2011년 12월 STX조선해양(1000억원)을 시작으로 BW 발행에 적극 나서자 동양증권이 이에 대한 대표주관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BW를 대량 유통시킨 것이다.

지난해 2월 2500억원 규모의 STX팬오션 BW를 발행했을 당시에는 동양증권이 대표주관사로 나서 전체 물량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1000억원을 인수했으며 17억원의 인수수수료를 받았다. 지난해 8월 발행이 완료된 1000억원 규모의 ㈜STX BW 거래 역시 동양증권이 맡아서 진행했다. 당시 ㈜STX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BW를 발행한 것이며, 신용평급은 B-로 투기등급에 해당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의 경우 CP 조달까지 막히자 BW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난해말부터 부실징후를 감지하고 재무개선을 요구했으나, 결국 BW로 연명함으로써 적절한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양증권을 포함해 투기등급 채권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중소형사의 상품별 리스크 허용한도(Risk Tolerance) 등에 대한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상품별 리스크 허용한도 규정 등에 따라 투기등급 채권은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며 “반면 A 이하 투기등급 채권을 집중 주관, 판매하고 있는 중소형사의 경우 해당 기업이 부도날 경우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판매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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