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힘입은 일본 기업들은 올들어 글로벌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예상 밖의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반면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의 간판기업들의 실적은 ‘원고-엔저’의 덫에 갇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 전선에서 한국 기업들은 고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올 1분기 환율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실적이 2,3분기에도 계속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日기업, 엔화약세 바람 타고 수출경쟁력·실적 ‘날개’
일본 기업들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와 턴어라운드(실적반등)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덕분이다. 일본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소니는 5년만에 처음으로 올 1분기 흑자 전환했다. 소니는 4분기(올 1~3월) 순이익이 400억엔(약 4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동기 4567억엔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소니의 흑자전환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다 반년째 이어지고 있는 엔화 약세 흐름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니는 지난 2007년 회계연도 이후부터 4년간 연속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시장에서는 소니의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5% 증가한 6조8000억엔, 영업이익은 전년 672억엔 적자에서 2300억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달 8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역시 기대감에 가득 차 있다. 시장에선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도요타 경상이익이 350억 엔씩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도요타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경상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최대 철강기업 신일철주금도 실적 개선세가 확연하다. 2012회계연도 하반기(2012년 9월~2013년 3월) 경상이익 전망치는 400억엔으로 상반기(303억엔)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韓간판기업, 내수부진·환율 악재에 주가·실적 ‘내리막’
환율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수출품목으로는 자동차, 선박, 철강 등이 꼽힌다. 현대·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한국 간판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 조짐에도 불구, 내수부진과 환율 영향으로 실적이 대부분 악화됐다.
현대자동차(005380)는 1분기 판매가 117만1804대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9.2% 늘었지만 이익은 감소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0% 늘어난 21조367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0.7% 감소한 1조8685억원에 그쳤다.기아자동차(000270)의 1분기 매출액은 11조848억원으로 6% 줄었고 영업이익도 7042억원으로 35.1%나 감소했다. 주말 특근차질로 국내 생산이 감소했고, 원화강세로 인한 판매관련 비용이 늘어난 탓에 영업이익이 줄었다.
엔저의 영향력은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일본이 엔저 깃발을 올린 작년 9월말 3040엔에 그쳤던 도요타 주가는 지난 26일 5710엔으로 87.8% 상승했다. 이 기간 혼다 주가는 67.3% 올랐고 닛산은 55.5%, 미쓰비스모터스는 59.7% 각각 상승했다. 이에 비해 현대차 주가는 작년 9월말 25만2000원에서 지난 26일 19만4000원으로 23.0% 내렸고, 같은 기간 기아차도 24.2% 하락했다.
엔저 장기화되면 수출기업 타격 ‘눈덩이’
올 1분기 실적 뚜껑이 열리면서 엔저 파장을 실감한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걱정한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일본 업체들이 엔저에 따른 추가적인 가격할인 마케팅보다는 이익률을 확보하는 쪽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기업들이 단기적인 실적 개선 보다는 엔저를 무기로 체질개선을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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