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수도원들이 맥주와 관련을 맺게 된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수도사들이 사순절 기간 동안 단식을 할 때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고, 다른 하나는 순례자나 수도원 주변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에게 제공하는 음식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 엘리트 계층에 속했던 수도사들은 맥주 양조법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세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직접 손으로 빚었던 양조기술과 전통을 그대로 이어 받은 맥주가 바로 수도원 맥주이다.
수도원 맥주 가운데 최고의 맥주는 레페 브론드와 레페 브라운. 과일향과 같은 신맛과 목을 타고 넘어갈 때 느켜지는 강한 쓴맛 그리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
한 입으로 세가지의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레페 맥주가 오늘날 우리의 식탁 위에 올려질 수 있는 것은 험난했던 레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후 레페 수도원에는 감당하기 힘든 불행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레페 수도원에 첫 번째 불행이 닥쳐온 것은 1460년. 엄청난 규모의 홍수가 나서 수도원은 물론 마을 전체가 떠내려가고 말았다. 6년 후인 1466년에는 큰불이 나서 마을이 전소되었다.
레페 수도원의 수도사들과 마을 사람들은 연이은 불행에도 불구하고 수도원과 양조장을 다시 세워 그후 300년 이상 레페 맥주를 계속 주조했다.
그러나 18세기 말에는 나폴레옹 전쟁과 프랑스 혁명으로 수도원의 재산은 몰수됐고, 양조장은 완전히 파괴되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이로써 레페 맥주의 역사는 완전히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레페 맥주가 150년이라는 긴 휴식을 끝내고 불사조처럼 다시 살아났다.
1952년, 프랑드르 지방의 루트보엣(Lootvoet) 양조장과 계약을 맺고 레페 맥주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레페 수도원이 레시피를 제공하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이른바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도원 밖의 양조장에서 수도원 맥주를 제조하는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졌다.
[스파이스비 펍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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