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이행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50 탄소중립 공약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하고,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이행은 최근 글로벌 에너지 불확실성 증대로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내년에 본격 추진될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부터는 다양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먼저, 장기 도시가스 수요 예측 모형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하다. 전력수급기본계획과는 달리 현재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사용되고 있는 장기 도시가스 수요 예측 모형에는 GDP·산업구조·시간·기온 등 요소는 반영돼 있지만 탄소중립 변동 시나리오가 고려돼 있지 않다. 실제로 탄소중립 이행 실적이 NDC안이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모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측 모형의 구조상 요소 추가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나,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변동 가능성을 감안할 때 탄소 배출량 변수를 포함시키고 탄소 배출량 변동성의 효과를 식별할 수 있는 방법론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변동성이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미치는 영향은 발전용 수요 예측에서 더욱 크다. 지금까지의 장기 발전용 수요 예측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제14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이후 수급관리 수요를 고려하고는 있으나 탄소중립에 따른 전기화 수요 증대 가능성, 재생에너지 변동성 등은 반영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고안에 따르면 산단 태양광 활성화, ESS 조기 배치·보강, 이격거리 규제 개선, 해상풍력 인허가 애로 해소 등 정책 수단을 적극 반영했다. 태양광·풍력의 설비 용량은 2024년 11월 기준 28.7GW에서 2030년 72.0GW로 확대되며, 2038년에는 발전량 비중이 32.9%, 설비 용량은 115.5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근 태양광·풍력 설비 용량 증설은 2020년 4.2GW로 정점에 다다른 이후 2021~23년 연평균 약 3.3GW, 2024년 약 2.7GW로 추산돼 증가세가 계속 둔화하고 있다. 또한 과거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태양광·풍력 설비 이행 실적은 제9차 계획(2020년)의 2023~24년 이행률이 각각 90.5%, 86%에 불과했다. 제10차 계획(2022년)에서도 2022~23년 신재생 설비 이행률은 96%, 2024년에는 약 94%로 추산된다.
2030년 NDC 달성을 위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태양광은 2030년까지 2024년 기준 약 2.7배, 풍력은 무려 8.2배 증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상풍력 설비 용량의 급속한 발전을 전제하더라도 2024년까지의 실적 이행 상황으로 판단한다면 신재생 설비 증가 목표는 불확실성이 클 수 있다. 원전 발전량 증가 추세, 석탄 발전량 급감 추세를 감안하면 결국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은 많은 부분 첨두부하를 담당하고 있는 LNG 발전의 변동성으로 옮겨올 수밖에 없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의 신재생 발전량 목표량이 제10차 계획 대비 신재생 발전량 실적 이행률인 약 90%만 달성된다고 가정했을 때, 2030년 기준 약 13TWh의 발전량이 부족하게 되고, 이는 발전용 LNG 수요 약 170만 톤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러한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 발전용 수요 예측에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한 실증 분석과 확률적 요소 추가가 필요하다.
향후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변화, 재생에너지 설비 이행률 변동성을 적극 고려해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모형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지연 등에 따른 장기 수요의 여러 경로를 분석하고 이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수급계획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기에 이론적·실증적 분석과 그를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