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5일 홍콩 H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6.86포인트(2.28%) 오른 5700.39에 거래를 마쳤다. 12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2거래일간 149.49포인트(2.6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2.11%)나 닛케이(0.13%)보다 가파른 상승률이지만 6000선을 넘지 못했다.
홍콩H지수 6000선 머물면, ELS 손실만 3조원
ELS는 만기 내 지수·종목 등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가격(녹인·Knock-in) 아래로 하락하지 않으면 만기시기 원금에 약속한 수익률을 더해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상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3년 만기인 상환 시점에 발행 시점 지수의 60~70%를 웃돌면 상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상품 설정 당시인 2021년 상반기 9000~1만2000선에 이르던 홍콩H지수가 3년 만기를 앞둔 현재 5400~6000선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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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투자자들은 H지수가 7000선을 회복해 원금을 찾길 기대하지만, 시장에서는 급반등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글로벌 산타랠리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지만,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기대 커져도…中 경기 ‘부정적’ 영향 커
지난 11~12일 개최된 중국의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당국은 ‘성장으로 안정을 촉진하고 온건하게 현안에 접근한다’라고 밝혔지만, 시장이 기대한 고강도 부양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일 중국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무디스는 중국이 지방 정부와 국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 부양책을 사용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하방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이 구조조정보다 성장에 다시 방점을 두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고 지방정부 부채 구조조정 등 구조적 문제도 있다”며 “H지수는 내년 5600~6800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993년 이후 과거 통계를 볼 때 H지수가 3개월, 6개월 이내에 20% 이상 반등을 경험할 확률은 각각 13.2%, 18.7%로 아주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중국 경기 회복 강도가 약해 H지수 반등 모멘텀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의 ELS 판매를 두고 불완전판매 의혹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창구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ELS를 판매한 사례에서 불완전판매 행위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KB국민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 원금 손실 현실화로 대규모 금융 분쟁이 발생할 경우 금감원이 불완전판매 관련 배상기준안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