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카카오 화재를 계기로 플랫폼 규제법안 논의에 불을 지피고 6월 온라인 플랫폼 규율개선회의(플랫폼TF) 운영에 이어 의원입법을 통한 사전규제 방식의 규율 도입을 시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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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규제에 ‘당연위법’도 포함되나
29일 관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유럽연합(EU)에서 제정한 디지털시장법(DMA)과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GWB), 두 법안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는 앞서 플랫폼TF에서도 한 차례 논의된 것으로 TF내에선 독일식 법안에 다소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남용행위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규율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다만 아직 법률안 제·개정이나 규제 수위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디지털시장법은 ‘강력한 플랫폼 규제 입법’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시장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법제화됐는데 불공정한 사업관행, 인접시장(서비스)으로 영역 확대, 플랫폼 시장의 경쟁성 약화 같은 구조적 이슈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은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과 유사하다. 기존 법안을 9차(2017년), 10차(2021년) 개정을 통해 디지털화에 따른 변화를 수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법안 역시 사전규제 방식을 택했다. ‘경쟁에 있어서 우월적이며 시장의 경계를 넘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업자를 경쟁당국이 지정하고 의무와 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의 특성은 특별법 형태가 아닌 기존 경쟁법을 개정한 것으로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남용행위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규율하고 심사지침 등 예규를 통한 해석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유럽연합의 DMA보다 단계적이고 시장 변화를 반영하며, 기존 법체계와 유기적이라는 성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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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식 법안 한국 현실에 맞지 않아”
정부가 플랫폼기업 규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오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에 대한 사전규제 도입 등 강화 추세로 읽힐 수 있지만 실제 방식이나 규제 수준은 국가별로 판이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EU는 가장 강력한 형태의 사전규제를 도입했는데 구글·메타·애플 등 미국 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규제하면서 동시에 자국의 플랫폼기업 육성을 위한 100억 유로 규모의 펀드를 조성 했다. 자국 내 글로벌 100대 플랫폼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규제법 자체가 자국 플랫폼을 육성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2021년부터 하원에서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EU와 유사한 법안(반독점패키지) 입법을 시도했지만 회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그 배경으로는 틱톡 등 중국 플랫폼 사업자와의 잠재적 경쟁, 인공지능(AI)발전과 새로운 경쟁자 부상, EU의 미국기업 타깃 규제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있다.
독일은 기존 경쟁법을 디지털화에 맞게 수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추가된 내용은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 이미 포함된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와 유사하다. 일본은 특정 사업자를 지정해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사전규제적 성격이 있지만 실제 내용은 투명한 거래 관련 정보공개, 내부 분쟁해결 절차 마련 등 사업자의 자율적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외국의 플랫폼 규제는 그 나라의 특성을 반영한 경우가 많고 사전규제 형식이지만 규제 수위가 세지 않다”며 “현행 공정거래법 집행만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규제수요가 존재한다는 근거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EU식 규율 도입은 플랫폼기업이 혁신·성장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는 법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