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겨울 코트. 가난은 겨울옷으로 티가 나요. 여름엔 그럭저럭 남들 비슷하게 입을 수 있는데 겨울옷은 너무 비싸니까요.”
지난 9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오인주(김고은 분)의 대사다. ‘가난은 겨울 코트에서 티가 난다’는 이 말은 돈에 대한 지독한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가난 혐오’를 부추기게 한다며 일각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책은 옷장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작가이자 ‘보그’ 편집장을 지냈던 알렉산드라 슐먼이 저자다. 한 패션지의 전설적인 시대를 이끌었던 그의 화려한 이면에 담긴 솔직한 삶과 옷에 대한 철학이 버무려져 있다. 옷과 직업상 깊은 연관을 맺었던 그는 25년간 일했던 보그에서 물러난 후에야 “수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진심으로 내 옷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회고한다.
저자의 옷장 속 아이템은 무려 556개. ‘왜 구매했을까’에서 시작해 ‘어떤 기분이 들기를 바랐는지’, ‘우리가 선택하고 입어온 옷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이야기는 확장한다. 빨간 구두, 타이츠, 데님, 액세서리 등을 소재로 삼은 글은 대개 옷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여성과 일, 인간과 사회, 세상을 향한다. ‘임부복’ 챕터에선 라지사이즈를 입었던 일화를 전하고 ‘브래지어’ 본문에선 그가 브래지어를 처음 착용했던 1969년과 현재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한다.
유능한 직장인이자 잡지사 편집장, 엄마, 연인, 자매, 딸이라는 다양한 삶을 살아온 저자는 “옷이 우리의 역할과 얼마나 복잡하고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 깨달았다”며 옷을 입는 방식은 무엇보다 삶을 향한 개인의 태도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