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너무 가깝다. 미국은 사이버 공격과 지적재산 절도를 우려한다”고 비판했고, 중국의 웨이펑허(魏鳳和) 국무위원 겸 국방부 부장은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면 문을 열어 놓겠지만, 싸움을 원한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합니다.
그런데 IT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이미 전면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국방 수장들은 화웨이를 화두로 얘기했지만, 기술 전쟁은 AI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치열하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중국 최대의 인공지능(AI) 업체 아이플라이텍에 주목합니다.
|
아이플라이텍은 1999년 설립된 중국 안후이성에 위치한 기업입니다. 중국어 음성인식 분야에선 70%의 점유율을 지닌 최고 업체로 정평이 나 있죠. 중국어를 영어,독일어, 위구르어 등 10여개 국가의 언어로 변환해주고, 중국 정부 산하 기관과도 긴밀하게 협력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2017년에는 미국 스탠퍼드대가 주관한 언어인지테스트(SQuAD)에서 MS·구글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고, 2018년 80.6억 위안(1조 3567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아이플라이텍은 지난 3월, 한글과컴퓨터그룹과 제휴해 합작법인(Accufly.AI, 아큐플라이 에이아이)을 만들기로 계약을 맺어 국내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죠.
아이플라이텍의 놀라운 기술은 최근 양사가 출시한 ‘지니비즈’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니비즈는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4개 언어에 대한 통번역 기능을 갖춰 외국인과 자유로운 비즈니스 미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니비즈 시연을 지켜본 기업 관계자는 “화자를 구분해 정확하게 회의록을 작성하는 데 놀랐다”며 “통번역 기능이 추가돼 편리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보다 기술력에서 뒤질 것으로 봤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
아이플라이텍을 작년 초와 연말에 방문한 A씨는 “작년 초 직원이 1만3천명이었는데 연말에 보니 1만8천명 이더라”고 했습니다.
카카오 AI랩이 100명의 인력(연구인력포함)정도로 얼마 전 카카오에서 분사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죠.
아이플라이텍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중국 정부라고 합니다. AI는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오가는 데이터 양과 질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는데, 중국 정부는 각종 데이터 관련 규제를 풀어 중국 AI기업들에 스마트교육, 스마트시티, 스마트법원 등의 시장을 열어줬다고 합니다.
|
우리는 어떨까요. 개인임을 알기 어렵게 비식별화한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규제완화 3법 조차 대통령의 지지 언급에도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저, 중국 정부의 시장 확대 정책과 비교도 안 되는 몇몇 빅데이터 시범사업이 진행될 뿐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시절 민간연구소인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에 몰아주려던 750억 원 규모 연구개발(R&D) 과제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죠. AIRI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등 7개 기업이 각 30억원씩 출자해 자본금 210억원으로 설립한 민간연구소입니다.
국회에서 국가R&D 과제를 신생 민간연구소에 몰아주는 것은 ‘특혜’라고 몰아붙였기 때문인데, 비슷한 논란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덕분에 한국의 단말기 산업이 세계 최고로 성장하는 등 국가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칭찬하지만, 당시에는 ETRI에 수천억 원의 과제를 몰아준다는 특혜 논란이 컸다고 합니다.
정보통신부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공무원은 “당시 ETRI에 7500억원을 몰아 준다고 해서 국회에서 논란이었는데 그때 공무원들이 소신껏 비난을 감수해 CDMA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런 공무원들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예전만큼 정부의 R&D 투자가 첨단 산업을 여는데 중요하진 않겠지만, 기술이 접목될 시장을 열어주는 규제 완화에서만큼은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중국의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들이 우리를 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