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이날 국민·기업·농협·부산·신한·우리·하나·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9개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일부 은행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대출금리를 물렸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A은행은 전산 시스템에 대출자 소득을 실제보다 적게 입력해 대출 이자를 올려 받았다. 은행 심사 시스템을 무시하고 자영업자에게 최고 금리를 부과하거나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없다고 간주해 이자를 추가로 물리기도 했다. 은행 대출을 받은 소비자라면 분명히 분통 터뜨릴 만한 일이다.
이런 부당한 금리 인상이 은행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고의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저지른 일인지 아니면 단순 직원 실수인지 등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삼성증권 배당 사고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회사 실수로 받은 주식을 시장에 팔려 했던 이 회사 직원 22명의 고의성 여부를 4개 유형으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판단했던 것과 딴판이다.
금감원의 조심스러운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금감원이 은행 대출금리 산정을 문제 삼아 대대적인 검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 당국이 금리와 같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날 브리핑한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도 “대출금리는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은행의 대출금리 결정이 특정 소비자를 이유 없이 차별하거나 일부에게만 덤터기를 씌운다면 금융 당국이 이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금감원의 모호한 발표가 대출자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되레 금융소비자들의 분노만 부추긴 것은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