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평소 가장 강조하는 경영철학이다. 임 회장이 확신하는 가장 효과적 ‘준비’는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이다. 한미약품이 매년 국내 제약업계 가운데 단연 R&D 비용을 가장 많이 투입하고 있는 배경이다.
임 회장이 골프장에 처음 나가기 전에 연습장에서 공을 30만개 쳤다는 얘기는 제약 원로들에게도 유명한 일화다. 하루에 공을 300개 친다고 가정하면 약 3년간 매일 골프연습장에서 연습을 한 뒤에야 실전에 나갔다는 얘기가 된다. 임 회장은 지금도 수준급 골프 실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의 준비를 통한 성공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 제대로 된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보겠다.”
무모하게만 들렸던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고집이 결국 사고(?)를 쳤다. 한미약품(128940)은 지난 5일 사노피아벤티스와 총 39억 유로(약 4조8282억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만 작년 1년 매출에 육박하는 약 5000억원(4억 유로)을 확보했다. ‘신약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국내 제약업계의 막연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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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열제를 삼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먹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직장 내에 삽입하는 제품으로 만든 ‘써스펜좌약’은 임 회장의 차별화 전략의 시초로 불린다. 써스펜좌약은 이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 필수 의약품으로 자리잡았다.
한미약품의 기술력은 복제약(제네릭)부터 개량신약, 신약 등으로 순차적으로 발전해왔다.2000년대 들어 한미약품의 차별화 시도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2004년 세계적인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의 보조 성분만을 바꾼 ‘아모디핀’을 내놓으며 개량신약 시대를 열었다. 아모디핀은 연간 500억원 이상 팔리며 ‘제네릭이 아니라도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두 개의 고혈압약을 결합해 만든 ‘아모잘탄’, 고혈압과 고지혈증약을 섞은 ‘로벨리토’ 등 한미약품의 차별화 전략은 늘 진화했다. 또 새로운 약을 만드려는 노력은 한미약품의 제제 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결국 초대형 신약 수출 계약의 초석이 됐다.
임 회장의 남다른 승부욕도 신약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평소 자신의 바둑 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임 회장은 한 번은 지역 바둑대회에 나가서 예선 탈락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임 회장은 당시 유명한 바둑 기사를 찾아가 개인 지도를 받고 자신을 탈락시켰던 바둑대회에 다시 나가 기어이 우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의 승부욕을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일화다.
물론 위기도 많았다. 2000년대 들어 한미약품이 약진하자 너도나도 ‘한미약품 따라하기’에 나서면서 실적 정체를 겪기도 했다. 국내제약사들은 한미약품이 만드는 개량신약, 제네릭을 모두 만들기 시작했고 한미약품만의 영업방식도 그대로 적용했다.
2010년 리베이트 받는 의사도 형사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되자 의사들로부터 ‘한미약품이 쌍벌제 도입을 주도했다’는 오해를 받으며 불매운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후 한미약품은 한동안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어야만 했다.
임 회장의 성실함은 측근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임 회장은 지금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7시30분에 업무별 임원회의를 주도한다. 매일 부서별로 돌아가며 임원 및 실무 팀장급으로부터 직접 업무현황을 보고받고 방향을 제시한다. 중국에 소재한 베이징한미약품에도 한 달에 한번은 직접 방문, 회사 운영상황을 손수 둘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