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인수하는 하림, 소액주주에 발목잡힐까

이르면 이달말 변경안 제출..감자 가능성 대두
하림 측, 감자 포함 절대 유리.."결정된 것 없다"
구주주 "감자 피해 커..관계인집회서 반대할 것"
  • 등록 2015-03-16 오전 1:00:54

    수정 2015-03-16 오전 1:00:54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였던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낚아챈 하림그룹이 소액주주들과 힘싸움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림(136480)그룹은 지난달 12일 투자 파트너인 JKL과 함께 팬오션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는 등 인수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지만 이달초 팬오션의 변경회생계획안(이하 변경안) 내용을 두고 감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액주주들과 갈등이 불거졌다.

팬오션(028670) 측은 15일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다음 달 초 변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았지만 M&A를 통해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림의 팬오션 인수는 변경안에 대한 법원 및 채권단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새 주인인 하림 입장에서는 법정 관리 중인 팬오션을 조기에 정상화함과 동시에 팬오션의 미래가치와 자신의 지분율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변경안을 법원에 제출하는 주체는 팬오션이지만 이미 하림그룹이 인수자로서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변경안 작성에 하림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 하림그룹과 팬오션 측은 모두 변경안 내용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감자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변경안에 감자가 포함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김판섭 DIP기업회생연구소 소장은 “기존 주주에 대한 감자를 하게 되면 반대로 인수자 자신의 지분율은 높아진다”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구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구주주의 감자를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변경안에 감자가 포함되는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익명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감자를 통해 구주주의 주식 수를 줄이면 시가총액이 줄어들어 미래 상승 여력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새 주인인 하림에게 유리하다”며 “기존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이미 원 회생안에서 20대 1의 감자를 감내했는데 또 한번 감자가 이뤄진다면 재산상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 측에만 유리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이달초 감자 가능성 제기 이후 온라인을 통해 지분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팬오션의 변경안 제출 이후 소집될 관계인집회에서 변경안을 부결시키기 위해서다.

변경안은 관계인집회에서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팬오션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기 때문에 구주주에게도 투표권이 있다. 관계인집회에서 변경안이 부결된다면 수정을 거쳐 한차례 더 의결(속행)하게 된다.

네이버 카페 ‘팬오션소액주주권리찾기’를 만든 한 소액주주는 “M&A 이후 변경안에 감자를 넣는 것은 인수자에 대한 특혜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감자안이 변경안에 포함되면 즉시 사서함 개설과 주주의결권 확보를 통한 정식적인 주식위임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산업은행이나 하림그룹의 특혜시비를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팬오션소액주주권리찾기’ 카페에는 900여명의 소액주주들이 모였으며 이들의 보유주식수는 1400만주로 추정된다. 팬오션의 총 발행주식 약 2억1500만주 중 6.5%에 해당한다.

한편 팬오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453억 원, 영업이익 2158억 원, 당기순이익 788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흑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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