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X파일]황제등극 임박한 재계 황태자들

아버지세대와 다른 경영스타일,용병술 예고
공신 및 가신들 대대적 교체 임박
  • 등록 2014-11-21 오전 2:00:00

    수정 2014-11-21 오전 10:15:59

[이데일리 류성 선임기자 박철근 김자영 성문재 기자] 그룹사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의 후계구도가 가시화하면서 바통을 이어받는 재벌 2~3세들에 대해 재계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경영수업에 전념하던 재계의 ‘황태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그룹마다 향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후계자들이 ‘대권’을 물려받으면 자신만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경영 스타일과 용병술을 통해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존 재계 총수들에 비해 아직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카리스마를 단기간에 어떻게 구축해 나갈 지도 관심사다. 이 과정에서 기업마다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기존 가신그룹의 거취도 주목된다. 재계 황태자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영자로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주요 그룹의 후계자들은 미래 먹거리 사업을 주도적으로 발굴, 성장시켜야 하는 숙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느냐하는 우리경제의 당면과제와도 직결돼 있다. 용트림을 하고 있는 재계 황태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근 어느 기업보다 급박하게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뒤 장남인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인 삼성의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외 주요인사와 삼성이 만나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이 부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한국을 찾은 ‘G2’ 정상과 만나 친분을 쌓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장기공백이 우려되면서 올해 연말 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조심스레 점치기도 한다.

그룹의 명실상부한 총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도 만만찮다. 스마트폰 사업부진을 만회하는 일뿐 아니라 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 회장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경영과 달리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그룹 임직원을 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개별 사업을 한 적이 없어 경영능력을 검증받야야 한다”면서도 “그 역시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을 이끌어야 하는 이 부회장의 숙명이며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승계작업 속도가 더딘 편이다. 정몽구 회장이 여전히 건재해 경영 현장을 두루 챙기고 있어서다. 하지만 승계의 밑바닥을 다지고 있는 분위기는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재계에서는 최근 현대차그룹내 부회장들이 연이어 사퇴하는 점에 주목한다. 정 회장의 측근이던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과 최한영 현대차 상용차담당 부회장이 올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대차의 중국통’으로 불리며 중국사업을 책임져 온 설영흥 부회장 역시 갑작스레 사직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 시대의 가신들이 뒷전으로 물러나며 정의선(사진) 부회장 체제를 만들어주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라고 분석한다. 정 부회장의 사람들로 핵심 경영진을 일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는 10년뒤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현대차그룹 통합사옥이 완성되는 시점에 정 부회장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다시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지분확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실탄’이 필요해 그룹내에선 당분간 현금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제대로 꾸려갈 수 있을지 여부도 아직 물음표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5위 자동차 업체로 올라섰지만 대내외적 경영환경은 악재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탓이다.

지난 2004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은 다른 그룹과 달리 경영권 승계를 위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자유롭다.

장자승계가 원칙인 구 씨 가문의 전통을 감안하면 지주회사 (주)LG에 근무하고 있는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부장이 차기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구 부장의 올해 나이가 36세에 불과하고, 경영수업 기간 또한 짧아 단기간에 경영권을 물려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구 회장은 49세가 되던 1995년에 그룹 회장직을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으로 물려받았다. 구 명예회장은 LG그룹의 수장으로 20년을 지낸 뒤 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 회장의 회장 취임 20년이 되는 2015년에 그룹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기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승계 구도를 살펴볼때 그 실현 가능성은 낮다.

구 회장의 동생이자 그룹 주력계열사인 LG전자(066570)를 이끌고 있는 구본준(사진) 부회장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외에도 LG화학(051910), LG디스플레이(034220), LG상사(001120) 등 여러 계열사에 몸을 담아 그룹 내 사정에 정통하다. 현재로서는 구 부회장이 집안의 장손인 구 부장이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기 전 ‘중간다리’와 멘토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형제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GS그룹은 후계구도 준비를 꼼꼼하고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사진) 상무는 지난 2002년 평사원으로 GS칼텍스에 입사한 뒤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신입사원 당시 예외 없이 동기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았고 주유원 체험을 하기
도 했다. ‘밑바닥을 알아야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는 아버지의 지론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허 상무는 대리, 과장, 차장 등을 거쳐 입사 10년만인 지난 2012년 임원이 됐다. 소위 ‘낙하산’ 인사와는 다른 패턴이다. 이 때문에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면서 조직의 생리와 회사 업무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는 대표적 재계 황태자로 분류된다. 허 상무는 전형적인 재벌가 자녀들과 달리 회사 내 다른 직원들과 잘 어울리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있다.

다만 장자 승계 원칙으로 보면 허 상무가 유력한 대권 후보지만 그외 다른 조건들을 보면 GS의 차기 경영권이 누구에게 넘어갈지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GS의 지분은 대주주인 허창수 회장을 포함해 49명의 친인척들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는데다 허 회장(4.66%)이나 허 상무(0.48%)의 지분율 자체가 압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역할을 맡아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 세 남매는 경영수업을 받고 있기보다 실전에서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상황이다. 조 회장은 그룹의 후계문제에 대한 큰 그림을 이미 머릿속에 완성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왼쪽부터)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장녀 현아 씨는 대한항공의 기내서비스와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이면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겸하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식에 비빔밥 등 대표적인 한식 메뉴를 도입하며 기내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장남 원태 씨는 대한항공의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 그룹경영지원실 실장을 맡고 있으며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여객사업본부장을 맡은 이후 시장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해외 환승객 유치 전략을 적중시키며 2010년에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막내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는 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마케팅본부장(전무)도 겸하고 있다. 지난 2005년 LG애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2007년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한화그룹은 3세경영 시스템에 대한 윤곽을 어느 정도 그려놓은 상태다. 창업주 고(故) 김종희 회장의 장남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현재 집행유예 상태로 경영전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후계구도 구축을 더욱 서두르게 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인 동관(사진), 동원, 동선 씨는 각각 그룹내 주요 사업인 태양광, 정보기술(IT), 건설 분야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세 분야 모두 한화그룹이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분할을 염두에 둔 세대교체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장남 동관 씨는 지난 2010년 (주)한화 입사 후 한화솔라원 등기이사 및 기획실장과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CSO)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 9월 한화솔라원으로 복귀해 영업총책을 맡고 있다. 한화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태양광 사업의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동생들은 아직 실무를 익히고 배우는 수준이지만 김 실장은 경영 일선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검증받는 단계다.

차남 동원 씨는 지난 3월 한화첨단소재에 입사해 현재 그룹 디지털팀장을 맡고 있다. 김 팀장은 그룹 입사 전 소규모 공연기획사 등을 운영했으며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해 개인적인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3남 동선 씨는 지난달 초 한화건설 매니저로 입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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