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때문에…머리띠 매는 '勞' 머리 싸매는 '使'

8월말 현재 임단협 타결율 41.8% 그쳐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여부로 갈등
"노사갈등 사업장 정부 적극 개입해야"
  • 등록 2014-09-11 오전 4:20:00

    수정 2014-09-11 오전 4:20: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추석 연휴가 지났지만 대다수 대기업들이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하느냐 여부와 반영 비중을 둘러싼 노사간 이견이 가장 걸림돌이다.

SK하이닉스(000660) 노사는 결국 올해 임금인상률만 합의하고, 통상임금 문제는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현대차(005380)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두고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노사간 합의에 실패한 기업 노조들이 대거 소송에 나서면서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또다시 법정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임금 범위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이 지연되는 등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도 산업현장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임단협 타결 10곳 중 4곳 그쳐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9905곳 중 올해 임단협을 타결한 사업장은 41.8%(4140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42.5%)보다 0.7%포인트 낮은 수치다. 7월 말에는 35.3%에 불과했으나 추석을 앞두고 8월 한달간 임단협 타결 사업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6.5%포인트 높아졌다.
LG전자(066570)는 10여년 전부터 수당을 단순화하고 임금체계를 손질해 상대적으로 다른 대기업에 비해 수당 비중이 낮다. 올해 임단협에서 정기상여금 750% 중 600%를 통상임금에 반영하기로 합의하면서 실질 임금 인상률이 35%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정기상여금 중 일부만 통상임금에 반영하거나, 기본급을 동결하는 등 절충점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패한 사업장이 많다.

삼성전자(005930)는 추석과 설에 지급하는 명절 상여금(기본급 200%)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되 실적에 따른 성과급은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되 임금피크제를 도입, 55세부터 매년 10%씩 임금을 삭감할 방침이다. SK텔레콤(017670)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되 올해 기본급은 동결했다.

그러나 현대차(005380)·현대중공업(009540)·한화·두산(000150)·한진·GS그룹 등 대다수 대기업 사업장은 통상임금 확대 범위에 대한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 노조는 노사 합의에 의한 임단협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 아래 파업이나 소송 등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산업현장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소송에 나섰고, 2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파업에 나설 태세다. 대한항공(003490) 기장노조는 이달 말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밖에 롯데쇼핑·두산중공업·GS칼텍스·한화 등 주요 그룹 대형 사업장들도 대부분 노사간 협상이 제자리 걸음이다.

◇ 기본급 비중 절반 불과… “정부 적극 개입 나서야”

▲자료: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난색을 보이는 곳은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이 많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지난해 6월 기준) 기본급 비중은 임금 총액의 57.3% 수준에 불과하다. 고정상여금(11.8%), 초과급여( 8.7%), 기타수당(6.7%) 등이 임금 총액의 절반 가까이 된다. 잔업과 주말 근무 등 추가 근무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각종 수당을 신설하고 비중을 늘려온 탓이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유지된 왜곡된 임금체계 탓으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고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 등 통상임금 문제로 극렬히 대립하는 기업에 대해선 노사 합의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가 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적극적인 중재와 타결 유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올 상반기 중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던 고용부는 정부 입법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의원 입법에 기대고 있다”며 “정부는 우선 방치된 통상임금 예규부터 명확히 재정립해 기업의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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