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화두는 단연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 실현이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의 성과는 눈부시다. 지난 3년간 총 180건의 창조관광사업을 발굴, 그중 113개의 아이디어가 사업화됐다. 또 319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지난 3월에 열린 올해 공모전은 개최 이래 가장 많은 총 1470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돼, 그중 90개가 최종 선정됐다. 16대 1의 경쟁률이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체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박정희 너울나비 대표는 전래동화 속 주인공 및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개발, 종이를 소재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상품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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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영화 ‘반지의 제왕’이 전 세계적으로 29억달러(약 3조원)를 벌어들이면서 주 촬영지인 뉴질랜드의 문화산업은 총체적으로 바뀌었다. 북유럽 게르만족 설화에 기초한 동명의 판타지소설은 세계적으로 1억부 이상 판매됐고 다시 영화·음악·게임·공연·애니메이션·관광 등 문화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또 다른 판타지소설인 ‘해리포터’도 판매부수 3억 8000만여권, 영화 관련 수입 4조 8000억여원을 포함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30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선 드라마 ‘대장금’이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몇 줄의 기록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보태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며 한류 붐을 일으켰다. 묻혀 있던 이야기의 원형이 어떻게 가공되느냐에 따라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너울나비의 캐릭터 상품인 페이퍼토이. 너울나비는 우리나라의 정서와 전통이 담긴 전래동화 속 캐릭터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건물 등 상징물을 대상으로 개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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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와 종이의 융합이 만든 빅뱅
이번에 소개할 업체는 ‘너울나비’다. 콘텐츠 영향력 측면에서 볼 때 앞의 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업체는 묻혀 있던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종이인형(페이퍼토이)을 제작한다. 전래동화 속 캐릭터로 종이인형과 종이접기 놀이를 접목해 관광상품화했다. 전래동화는 지역별 문화와 전통, 역사 등 우리 고유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스토리다. 하지만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생소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 너울나비는 종이인형에 주목했다. 전래동화 속 캐릭터를 종이인형으로 제작해 문화적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인형이 시대적 배경은 물론, 지역 특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박정희(사진) 너울나비 대표는 “핀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캐릭터 상품인 무민(Moomin)은 1945년 핀란드작가 토베 얀손의 연작동화에서 처음 탄생해 이후 러시아·네덜란드·일본 등지에서 TV 시리즈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1990년대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인 다이에이의 공식 마스코트가 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며 “우리의 전래동화도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이모티콘 등으로 재창조하면 무민처럼 우리나라의 효자 문화상품으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박정희 너울나비 대표(사진 왼쪽)와 디자이너 김윤경 주임·김수현 대리. 너울나비는 한국의 전통과 정서가 담긴 전래동화 속 캐릭터를 개발, 종이를 소재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상품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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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정서 담긴 스토리 캐릭터 개발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너울나비를 찾았다. 너울나비는 ‘너울가지’라는 순우리말과 멀리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 나비의 합성어. 우리나라의 전통을 많은 이들에게 전파하려는 의지를 담았다. 사무실은 구석진 골목 사이 오래된 건물 3층에 자리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03년부터 디자인업체를 운영하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창조관광벤처 공모전’을 알게 됐다.
평소 관광산업에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는 디자인업체를 운영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캐릭터 상품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박 대표는 “해외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관광상품을 통해 각 국가의 문화와 전통을 접할 수 있었고 늘 추억으로 남았다”며 “우리도 좋은 소재와 독특한 전통문화가 많은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 했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경기 수원시에서 수원성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부터. 박 대표는 지역별로 내려오는 다양한 전래동화 속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발견했다. 박 대표는 “지역관광과 디자인 상품이 전래동화와 같은 스토리 기반으로 개발되고 체계화된 사례는 이제껏 없었다”며 “너울나비는 지역별로 대표되는 전래동화의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유명한 특산물 등을 구분하고 기획해 지역에 맞는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소비자들은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그 지역 고유의 전통과 정서가 담긴 관광문화상품을 산다”면서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전래동화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전통이 담긴 소중한 콘텐츠”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의 판단은 사업적 마인드로 바로 연결됐다. 박 대표는 “지역별로 숨겨져 있던 전래동화를 지속적으로 발굴, 개발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관광상품들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했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벤처 팀장은 “스토리는 소설은 물론 연극·영화·뮤지컬·발레·클래식음악·오페라 등 거의 모든 문화 콘텐츠의 토대가 되고 나아가 패션·IT 등 일반산업의 바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너울나비는 한국 문화와 정서 속 이야기원형을 스토리로 삼고 캐릭터를 개발해내는 등 관광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제 관광산업에서도 이렇게 하나의 소스인 콘텐츠를 영화·게임·애니메이션·출판·관광산업 등에 응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너울나비의 대표 상품인 포커게임용 카드인 트럼프. 카드 속 캐릭터들을 우리나라 정서와 전통이 담긴 캐릭터들로 꾸며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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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처럼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홍보에 일조
너울나비는 지난해 열린 ‘제3회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입선으로 수상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공모전을 준비하면서부터다.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공모전 출품을 계기로 하나둘 구체화됐다. 이후 공모전 당선으로 지원받은 사업화자금(3300만원)으로 상품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들이 페이퍼토이를 비롯해 엽서, 포장지, 동전지갑, 지퍼백, 파우치, 메모지 등이다. 박 대표는 “전래동화 속 캐릭터는 생필품을 포함해 다양한 상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지금까지 만들어진 캐릭터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곧 라이선스도 신청, 취득할 것”이라고 했다.
상품이 나오기 시작한 지 6개월 남짓. 6개월 동안 3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은 지역별 디자인 요소를 구분해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박 대표는 “특화된 지역의 관광지에 맞춘 상품들을 제작한다면 지자체와 협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축제나 온·오프라인 관광채널숍,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의 교육기관과 중점적으로 제휴를 추진해 상품 판매 루트를 개척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또 종이인형 체험프로그램도 기획했다. 캐릭터들을 각 상황에 맞게 제작, 스토리와 함께 종이접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박 대표는 “종이인형놀이는 국내외 아이들에게 한국적 정서와 가치, 문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줄 좋은 소재”라며 “종이인형과 종이접기 등을 통해 우리의 전래동화와 함께 전한다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변에 경쟁업체들은 넘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항상 긴장을 멈출 수 없다는 박 대표는 “배움을 그치지 않는 것이 생존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현재 단청기술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는 박 대표는 “단청 문양을 페이퍼토이 등 우리 상품에 적용해보고 싶다”면서 “이미지나 문양 등을 구체화한 실용적인 제품으로 만들어 우리 전통문양이 여러 상품을 통해 대중에게 사랑받는 디자인으로 재창조되길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박 대표는 “우리나라의 문화재나 캐릭터, 이미지와 상품 등을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많이 소개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상품을 팔려고 하는 것보다 ‘한국 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처럼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 나라와 전통을 알릴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꿈이다.”
| 너울나비의 대표 상품들. 페이퍼토이를 비롯해 엽서, 포장지, 동전지갑, 지퍼백, 파우치, 메모지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 판매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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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울나비의 캐릭터 상품인 동전지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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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울나비의 캐릭터 상품인 페이퍼토이. 너울나비는 우리나라의 정서와 전통이 담긴 전래동화 속 캐릭터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건물 등 상징물을 대상으로 개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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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울나비의 대표 상품인 포커게임용 카드인 트럼프. 카드 속 캐릭터들을 우리나라 정서와 전통이 담긴 캐릭터들로 꾸며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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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울나비의 대표 상품인 포커게임용 카드인 트럼프. 카드 속 캐릭터들을 우리나라 정서와 전통이 담긴 캐릭터들로 꾸며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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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울나비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커버. 우리나라 고유의 탈 캐릭터를 디자인해 상품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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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울나비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편지지와 편지봉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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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울나비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스탬퍼 스티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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