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여론조사 제재수단이 없다

  • 등록 2014-05-09 오전 6:00:10

    수정 2014-05-09 오전 6:00:1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고민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를 보도하는데 대한 사회적인 고민이 컸고, 이는 공직선거법 108조에 처음 반영됐다. 선거전 일정기간 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 보도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이 골자였다.

1990년대부터 여론조사업계에 몸담았던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당시 정치권·시민사회·언론 등 각층에서는 여론조사에 대한 일종의 상식이 있었다”면서 “예컨대 경제활동인구의 응답률이 낮은 낮시간에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과 자동응답전화(ARS)로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불문율’은 2000년대 들어 서서히 깨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터넷 여론조사 등이 등장하고 여론조사 시장이 과열되면서 불문율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후 10시~오전 7시 사이에는 전화 여론조사를 할 수 없다거나(2010년 1월 개정) △여론조사 기준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한다는(2014년 2월 개정) 등의 정화 노력이 있었지만, 함량 미달의 여론조사를 원천 봉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가중치 등을 포함한 표본추출에 대한 관련규정이 미비하다. 응답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의가 제기되면 여론조사심의위의 자체 판단에 따라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넘겨지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관위가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법적 제재까지는 가지 않고 무혐의 혹은 행정처분 정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질문지의 왜곡 같은 비표집오차는 적발하기가 더 힘들다.

올해 처음 출범한 여론조사심의위의 목적 역시 제재는 아니다. 여론조사심의위원장인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그간 선거 여론조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 없었는데, 심의위를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것”이라면서 “굳이 우리가 규제하지 않더라도 시장의 판단에 의해 정확하지 않은 조사는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성태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여론조사에 대해 실효성있는 사후 제재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언론의 자유 등의 측면에서 사전 제재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정치권·여론조사업체·언론사 등 세 기관은 민심을 반영하는 여론조사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소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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