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7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
지난 연말 민주통합당 창당 과정에서 견해 차이로 틀어졌던 손학규 전 대표와 박지원 최고위원이 최근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4·11 총선 참패와 한명숙 대표 사퇴 이후 당 수습 과정에서 비노(非盧) 편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권을 꿈구는 손 전 대표와 당권을 노리는 박 최고위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대표 사퇴 이후 당헌·당규에 따라 전대 2위인 문성근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고 내달초 비대위원장을 맡을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최고위원회 권한을 이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손 전 대표 역시 측면 지원을 통해 비대위 조기 설치론을 거들었다. 손 전 대표는 한 전 대표 사퇴 표명 이후 모든 최고위원에 전화를 걸어 비대위 체제로 당 지도부를 개편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와 박 최고위원이 지난해 12월 민주통합당 창당 과정에서 결별했다가 협력 관계를 복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그동안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으로 활약할 당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지만 손 전 대표가 민주당과 시민사회 세력과 통합을 적극 추진하면서 금이 갔다. 박 최고위원은 이에 “손 전 대표가 통합 결정을 합의로 처리한다는 약속을 깨고 독단으로 결정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양측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울러 6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이 유력시되는 박 최고위원도 친노 성향이 강한 문성근 체제의 지속을 막아야 다른 주자들과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다만 두 사람의 협력이 당내 최대 계파로 떠오른 친노 견제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첫 시험대는 내달초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박 최고위원이 손 전 대표를 대권 주자로 밀어올리기 위한 것보다 주류로 부상한 친노를 견제하기 위해 (손 전 대표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둘이 힘을 합해도 친노 쪽으로 쏠리는 당내 흐름을 막아내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