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0일자 20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이명박 정부가 집권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 해부터 숱한 편중인사 논란에 시달려왔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들은 상당수의 정부 요직을 꿰차면서 승승장구했다. `고소영` 인사는 정부는 물론 민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특히 사실상 뚜렷한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회사들은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대표적인 산업군으로 꼽힌다. 소위 이 대통령의 측근들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수장 자리를 모두 차지하면서 4대 천왕이란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데일리가 이 대통령 집권 초인 2008년과 2012년 현재 주요 금융지주의 회장과 사장, 은행장과 부행장 등 주요 경영진에 대한 출신지와 출신고교·대학을 분석 비교한 결과 실제로 금융지주내 권력구도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 집권 4년간 낙하산 논란이 심화된 가운데 ‘고소영’의 주축인 TK(대구·경북)와 고려대 출신은 약진한 반면 고졸출신의 퇴조현상은 뚜렷했다. ◇ 금융권 `낙하산` 논란 유독 심해 금융권에선 현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유독 심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출범한 KB금융은 초대회장에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캠프에서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을 낙점했다. 황 회장의 후임인 어윤대 현 KB금융 회장도 자신을 드러내놓고 `MB맨`이라 칭할 정도로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조만간 옷을 벗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동문으로 MB맨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이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릴 정도로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이 대통령과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인연을 쌓았고,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현 정권출범과 함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 경제특보도 지냈다.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중 신한을 제외한 KBㆍ 우리ㆍ 하나금융 그리고 대표적인 공적 금융기관으로 민영화를 추진중인 산은금융 모두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회장직을 꿰찬 셈이다. 지난 2일 51년만에 경제·금융지주로 개편된 농협중앙회의 경우 최원병 회장이 이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를 나왔고, 신충식 농협금융 회장은 고려대 출신이다. ◇ 이명박 정부 출범 후 TK·고대 인맥 약진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금융지주와 은행 고위직 역시 `고소영`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 가운데 특히 고려대 인맥이 가장 승승장구했다. 이전 참여정부 당시 부산상고 등 PK(부산·경남)·연세대 출신이 득세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전 정권과 비교할 때 금융지주와 은행 고위직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SKY’인사는 물론 건국대·동국대·명지대·세종대·홍익대·영남대·강원대·동아대·청주대 등 다른 대학 출신 인사들도 상대적으로 골고루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별로 따져보면 경제·경영·무역·회계 등 상경계열 출신 인사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반면 법·행정·정치외교 등 법정계열 전공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신한금융의 경우 라응찬 회장이 건재했던 2008년엔 고려대 출신인사는 금융지주 경영진엔 단 1명도 없었다. 계열사에도 이남 전 신한은행 부행장과 서진원 당시 신한생명 사장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4명의 금융지주 임원 가운데 1명(소재광 부사장보)이, 은행에선 서진원 행장을 비롯해 부행장·부행장보 12명중 5명(위성호·조용병 부행장, 이상호·임영진 이원호 부행장보)이 고려대 출신으로 짜여졌다. 우리금융 역시 2008년 이팔성 회장 취임 직후부터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두러졌다. 이 회장 취임전 우리지주의 고려대 출신은 박성목 전 전무 1명 뿐이었다. 계열사 사장 중에서도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만이 고려대를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에선 최승남 부행장이, 계열사 사장 중에선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사장,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 등이 모두 고려대 인맥이다. KB금융도 마찬가지다. 2008년 지주·계열사엔 고려대 출신이 하나도 없었다. 국민은행엔 남경우·오용국 전 부행장 등 2명만이 고려대 명맥을 잇고 있었다. 반면 지금은 KB지주의 어윤대 회장과 김왕기 부사장을 비롯해 국민은행 이찬근·김형태 부행장, 손영환 KB부동산신탁 사장 등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현 정권들어 TK출신 인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신한금융의 경우 2008년 지주·은행의 대구·경북 인사들은 라 전 회장과 이휴원·김학주 전 부행장 등 3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민정기 지주 부사장보를 비롯해 서진원 행장, 위성호·이동대·조용병 부행장, 이신기 부행장보 등 6명으로 배가 됐다. 우리금융도 지난 2008년 지주·은행의 TK출신은 박성목 전 전무와 이순우·윤상구·정현진 전 부행장 등 4명에 그쳤지만 현재는 지주에 정현진·전병윤·황록·김준호 전무, 은행에 이순우 행장, 유중근·이영태·정화영·이동건 부행장 등 9명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방출신 임원 19명 가운데 대구·경북(TK) 출신은 모두 10명이었다. ◇ 상고출신 퇴조 현상 뚜렷 현 정부들어 TK·고대 출신의 약진과 함께 상고출신의 퇴조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선 그 동안 상고출신들이 강세를 보였다. 과거 상고출신을 대거 채용한데다 업계 특성상 학력을 따지지 않고 능력 위주로 인재를 등용하는 기업문화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선 상고출신들이 기를 펴지 못했다. 신한금융은 2008년 지주와 은행에 상고출신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었다.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부사장, 신상훈 전 행장, 이휴원·허창기·권점주·김학주 전 부행장 등이 모두 상고출신이다. 금융지주 임원 6명 가운데 3명, 은행 임원 1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명이 상고출신이었던 셈이다. 계열사 사장 중에서도 이재우 신한카드 전 사장과 한도희 전 신한캐피탈 전 사장 등이 상고출신이다. 하지만 현재는 지주엔 상고출신 인사가 전무하고, 은행에서도 이동대·주인종·김영표 부행장 등 3명에 불과하다. 우리금융은 2008년 금융지주에 박인철 전 전무, 은행엔 송기진·이공희 전 부행장이 상고출신 명맥을 이어왔지만 현재는 지주내 상고출신 인사가 전무하다. 은행에도 유중근·김진석 부행장 등 2명 뿐이다. KB금융 역시 2008년 지주·은행의 상고출신 인사는 김흥운 전 부사장, 심형구·이달수 전 부행장 등이 있었지만 현재는 윤종규 부사장, 김재곤 부행장 등 2명만 남아 있다. 고등학교별로 살펴보면 2008년의 경우 조사대상 인사 74명 가운데 덕수상고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고와 대구상고가 각각 4명, 강경상고·군산상고·대광고·대전고가 각각 3명씩이었다. 반면 현재는 87명의 조사대상 가운데 경기고와 경북고 출신이 각각 5명씩으로 가장 많았고, 광주상고와 휘문고가 각각 3명이었다. 그밖에 계성고·광주일고·덕수상고·부산고· 배재고·선린상고·대구고·신일고 등이 각각 2명씩으로 집계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정권 초 `호금회(고대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금융계 인사 합성어)`나 `소금회(소망교회와 금융인)`가 회자될 정도로 특정집단이 금융권력을 독식했고 정권 내내 코드 인사 등이 만연했다”며 “관치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금융계 내부의 후임자 양성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