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女교사는 왜 남학생을 죽였나…“관계 들키면 안돼” [그해 오늘]

11년 전, 2013년 발생한 사건
남학생 권군과 교제한 교생 B씨
사실 발칵 우려돼 A씨에 과외 부탁
공모해 가혹 행위…끝내 사망한 권군
  • 등록 2024-07-12 오전 12:00:03

    수정 2024-07-12 오전 12:00:03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11년 전인 2013년 7월 12일. 인천 연수경찰서는 자신이 가르치던 10대 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여성 과외 교사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등학생이었던 권군(당시 17세)은 2013년 6월 29일 오전 4시께 과외 교사 A씨(당시 29세)의 원룸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권군은 3도 가까운 화상을 입은 채 사흘간 방치되다 패혈증으로 끝내 사망했다.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대체 권군와 A씨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도 강릉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권군은 교사 임용시험을 앞두고 실습을 나온 A씨와 A씨의 절친한 친구 B씨를 만나게 됐다. 교생 선생님과 제자 사이였지만 권군은 B씨에 호감을 느꼈고,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교생실습이 끝나고 거주지인 인천으로 돌아온 B씨는 미성년자인 권군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외부에 알려질까 우려했다. B씨는 A씨에게 “권군과 함께 지내며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고, 고등학교를 자퇴한 권군은 2013년 2월부터 인천에 위치한 A씨의 원룸에 살며 과외를 받게 됐다.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하지만 B씨는 권군의 공부 실력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만약 권군이 검정고시에 불합격하면 강릉으로 돌아가게 되고, 자신과의 관계를 혹여 알리게 되면 교사가 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결국 B씨는 A씨에게 “가혹한 체벌을 통해 권군의 공부를 가르쳐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의 처벌에도 권군이 말을 잘 듣지 않자 B씨는 결국 남자친구 C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했다. 세 사람은 번갈아 가며 벨트와 골프채 등으로 권군을 폭행했고 “아프다”, “병원에 데려가 달라”는 권군의 호소도 들어주지 않았다.

급기야 이들은 끓는 물을 권군의 얼굴과 몸에 붓고 폭행을 이어갔다. 끔찍한 아픔을 견디지 못한 권군은 사흘 만에 숨지고 말았다. 사망 원인은 화상으로 인한 전신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판명됐다.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권군의 사망에도 A씨 일행의 악행은 계속됐다. 이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권군이 A씨를 성폭행해 정당방위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을 시도했다.

이들은 마치 권군이 A씨를 성폭행한 것처럼 옷을 벗고 동영상을 찍어 경찰에 제출했고, A씨는 “평소에도 권군이 안아달라는 표현을 가끔 했는데 그날은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폭행을 시도했다”며 “이를 저지하려다가 뜨거운 물을 붓고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이 권군과 A씨 일행의 메신저 내용을 복구해 확인한 결과, 이들의 폭행 모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진술의 대부분이 거짓말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들은 범행을 실토했고 검찰은 상해치사 혐의로 A씨와 더불어 B씨와 C씨를 추가로 구속 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TV
2013년 12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주범인 A씨에게 상해치사죄로 징역 7년, B씨에게는 상해 및 폭행 혐의로 징역 2년, C씨에게는 상해 및 폭행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반년 뒤 열린 항소심에서는 일부 공소사실이 변경됐으나 형은 그대로 유지됐다. 2014년 9월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항소심이 확정됐다. 결국 주범인 A씨의 상해치사는 유죄로 판결됐으나 B씨와 C씨는 상해만 인정된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피해자에게 치료일수 불상의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가한 것으로 인정되는 위 상해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위 상해치사의 점은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라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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