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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긴장을 많이 하는데도 무대에 서면 좋았다. 어릴 적 다쳐 깁스를 했을 때도 춤추고 싶다며 울었다더라. 지루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배울수록 호기심이 생긴다.”
정송희(30) 씨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정재만류) 이수자다. 소위 엄친아나 금수저하곤 거리가 멀다. 집안에 춤을 배운 이도 없다. 그냥 TV를 보면서 따라 추는 게 좋았다. 10살부터 춤을 배웠고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다니면서 유독 전통춤에 욕심이 났다고 했다. 세종대 무용학과를 졸업한 이후엔 직접 돈을 벌며 지금까지도 승무를 배우고 있다. 2008년부터 한국문화재재단 민속예술단원으로 활동 중인 정씨는 2009년부터 정재만류 승무 전수자 과정을 거쳤다. 6년 동안 배워 2014년 이수 자격증을 따냈다.
정씨는 최근 유파(流派)별로 구분하지 않고 보유자를 뽑는 문화재청의 바뀐 심사제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객관적 제도의 도입은 찬성하지만 당황스러웠다. 과연 평가는 어떻게 하고 각기 다른 본질과 색을 확실하게 찾아줄지도 의문이다. 각각의 춤을 잘 계승해 보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되레 정형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개는 입시학원 강사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 교육을 받는다. 정씨는 “10명 중 6~8명은 전공 대신 다른 일을 찾는다. 단원으로 춤을 추고 있는 나는 그나마 잘된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수비용에 대해서는 정직하게 배우는 대가라고 말했다. “전승을 하려면 당연히 내야 하는 과외비다. 춤을 출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해야 하고 경비도 꽤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며 보유자들이 전수 교육비를 받아 떼돈을 번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했다.
하지만 승무를 포기하려 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믿음이 확고했다. “보유자가 되겠다는 건 ‘대통령이 될 거야’와 비슷하다. 늦게 시작해서 솔직히 지금은 공부를 더 해야 한다. 현재로썬 내가 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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