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제부처의 1급 공무원 이모 실장은 20대 아들만 둘이다. 첫째 아들은 이미 군대를 다녀왔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둘째 아들도 2학년을 마치고 귀국해 육군에서 군 복무 중이다. A씨는 “둘째 녀석이 졸업할 때까지 군대를 가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학비를 더이상 지원해주지 않겠다며 강제로 군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들의 군 복무를 장려하는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아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군대를 가지 않겠다는 데 말리지는 못할 망정 이를 방치한 공무원들도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공직자의 경우 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윤리적 의무,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요구된다.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병무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이 2012년 2842명, 2013년 3075명, 2014년 4386명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올해도 7월까지 2374명이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만 18세는 취업을 하기에 이른 나이인데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은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도 가능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과 다른 나라의 국적을 보유한 남성은 ‘만 18세 3개월’ 이전에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38세까지 자동으로 병역의무 대상자가 되며, 군 복무를 마친 뒤 2년 안에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과 한국 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이모(37)씨는 지난 2000년 8월 자진 입대해 2002년 10월까지 2년 2개월 동안 군 생활을 했다. 그는 제대 후 미국 로스쿨에 진학할 때 학비가 부담돼 미국 국적을 택했다.
이씨는 “당시엔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군대를 다녀와도 이득이 전혀 없었지만, 나는 한국인이고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기업에 취업하려는 국회의원, 장차관, 재벌 등 사회 지도층의 자녀가 많은데, 인턴만 계속하며 입대를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면 기업이 보증을 서주지 않아 취업(비자 발급)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윤영돈 인천대 윤리학 교수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도덕성 역시 우리 사회를 작동시키는 중요한 규범이다. 윗물이 맑지 않으면서 아랫물도 맑아야 한다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선진국일수록 국민들은 사회 지도층에게 더 큰 도덕적 의무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위공직자도 저렇게 하는데..’라는 부정적인 모델을 제시하면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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