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학 인터뷰]"삼성이 중국폰에 밀린 건…현지 기술투자 망설인탓"

  • 등록 2015-01-12 오전 3:00:00

    수정 2015-01-12 오전 3:00:00

쑹즈융(宋志勇)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소장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중국에서 제대로 된 현지화에 성공하고 싶다면, 최고의 기술을 중국에서 선보여야 한다. 삼성전자(005930)가 중국 스마트폰에 밀리는 것도 현지 기술투자를 망설인 탓이다.”

쑹즈융(宋志勇)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아시아아프리카연구소장은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해외 기업들이 중국에 기술을 도둑맞을까 봐 중국에 진출하고도 첨단기술기지는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많은 나라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는 가운데 중국 현지 기업들의 기술 발전 속도도 빨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전력을 다해 싸워도 모를 상황에서 기술 유출 등을 걱정하며 제대로 된 기술을 선보이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해서는 “긴밀해지고 있는 양국의 관계를 생각하면 당연한 절차이며, 쌍방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까지 나온 협상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양국이 서로에 대해 잘 배려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두고 지나치게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효과까지 노렸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면서 “FTA 체결은 경제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단계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만큼, 시기에 대해서는 굳이 비난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양국 간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쑹 소장은 “환경이나 엔터테인먼트 등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산업군이 많다”며 “특히 영화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한국의 수준은 매우 높으며, 중국인들의 취향에도 잘 맞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두 나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관계가 더욱 발전하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서로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크다. 양국 간의 수출도 1992년부터 줄곧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의 경제 총량이 크고, 한국의 경제 발전 수준이 아직은 중국보다 높다 보니 한국의 대중국 수출량은 중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양보다 많다. 두 나라의 지리적인 가까움도 수출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양국 간의 수출 불균형 상태는 점차 균형을 찾아갈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중국 시장의 개방 수준이 확대되면서, 세계 많은 나라가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관심이 있다. 이에 각국 기업들의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해외 선진 기술을 받아들인 중국 현지기업들의 발전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관심있는 한국 기업이라면 중국 시장에 대한 연구와 준비를 꼼꼼히 해야한다.

한국 기업들은 최고의 선진 기술을 중국과 교류하는 데도 아끼지 않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일본은 한국보다 좋은 기술을 갖고 있지만, 주요 기술은 일본 내에만 머물게 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할 때도 중요한 연구·개발(R&D) 센터는 일본에 두고 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중국 시장 진출에서 결국 걸림돌이 될 것이다. 어떤 시장을 개척하고 그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술을 전파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게다가 일본보다 중국 시장이 훨씬 큰 것이 사실임에도 일본은 이런 방식을 선택하지 않아 중국에서의 발전에 한계가 있다.

이에 한국 기업은 중국에 선진 기술을 들여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 기업에 의해 기술을 도둑맞을 것이라는 걱정을 하기보다는 중국 기업과 경쟁과 협력을 통해 적극적인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예로 삼성의 휴대전화 사업을 보자. 과거 삼성은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중국 현지 업체들에 밀리고 있다. 기술적인 발전 속도도 중국 기업들이 훨씬 빠르다고 본다.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 기업이 중국 현지의 기술 개발 투자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좋은 기술을 한국에만 묵혀두고 중국에서 발전하길 원한다는 것은 사실 이치에 맞지 않다.

두 번째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중국 내에서도 기업들의 사회 공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보다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약하다.

세 번째는 중국 시장 개척에서 더 많은 중국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 시장을 개척할 때 현지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당연히 현지인이다. 아무리 중국을 잘 아는 한국인이어도 결국 중국에서는 외국인이고,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더욱 많은 중국인 채용에 나서주길 바라며, 특히 능력 있는 중국인들을 간부급에 배치해야 한다. 기업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 중에 중국인이 있어야 중국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경영을 펼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을 보면, 일본인이 중국 기업에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직급은 부장급이라고 한다. 부사장이나 지점장 등 중에는 중국인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중국인을 두고 이런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중국인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1~2년 만에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는 부작용도 있던데

△ 사실 그 점은 중국 기업들도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의 젊은 층은 과거와 같이 한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인 환경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 처우 개선을 신경 써야 한다. 또 개인의 가치를 잘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젊은이들의 가치관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해주고,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를 제대로 설득할 수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라 본다.

-한국과 중국의 FTA가 체결됐는데

△글로벌 일체화를 향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양국 간의 FTA는 당연한 절차이며,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번 FTA 결과는 한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방을 잘 배려한 수준이라고 본다. 양쪽은 이미 서비스 무역이나 네거티브리스트 부분 관련 협상을 끝냈기 때문에 앞으로 한중간의 교류와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또 한국과 중국의 무역, 투자 등 경제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일각에서는 얻을 게 없었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농산품이나 문화 영역 등이 그렇다. 두 나라가 맺은 것은 말 그대로 자유 무역에 관한 것이며, 이에 대해 좀 더 편안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느 부분이 크게 잃는 것이냐만 주목한다면 어떤 것도 맺기 어려울 것이다. 사소한 부분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망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양국은 정책상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협상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전자상거래, 금융, 서비스 등 신흥 기술 부분에서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FTA를 통해 더욱 발전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여러 나라와의 협상을 통해 중국은 좀 더 수준 높은 개혁과 시장 개방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농산품은 한국이 매우 중요시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본다. 사실 중국의 농산품은 경쟁력이 비교적 큰 항목 중 하나다. 이런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농산품 관련 시장의 문을 열어주길 원하겠지만, 서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은 중국이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유리한 쪽으로만 가져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협상에서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말 APCE 정상회의 당시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 때문에 FTA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이것은 정치적인 효과까지 노렸다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물론 FTA 체결이라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인 단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이 과거 아세안과 FTA를 맺었거나,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도 정치적인 수단으로써의 역할이 분명히 있었다. APEC 기간에 양국의 지도자가 만나 FTA를 체결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양국의 관계가 그만큼 좋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FTA에서 중국의 득실은

△중국은 농산품 분야에서 한국에 이미 많은 부분을 양보했고, 또 더 내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이 중국으로서는 손해일 수 있지만, ‘개방이 촉진을 불러오고, 경쟁이 실리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이번 FTA 협상으로 다른 것을 더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양국 간의 발전 공간은 여전히 많다. 특히 환경 분야가 그렇다. 중국의 스모그 등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한국과 중국이 함께 관심을 갖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영화나 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에서도 한국의 발전이 두드러지고 있고, 중국인들의 취향에도 잘 맞아 역시 양국 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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