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부품소재를 중국 내수에 접목시키려면

  • 등록 2014-04-04 오전 6:00:00

    수정 2014-04-04 오전 6:00:00

[이문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 지난해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2012년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은 일본에 0.6% 포인트 뒤졌지만, 2013년에는 한국이 일본보다 1% 포인트 앞섰다. 물론 중일 간 영토분쟁의 덕을 본 것도 있지만, 한국 부품소재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문형 산업연구소 베이징대표
부품소재는 한국 대중 수출에서 매년 75%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수출 품목이다. 2013년 부품소재 수입시장 점유율에서 일본은 13.5%에 그쳤지만, 한국은 15.2%를 기록해 일본을 크게 앞섰다. 반도체, 휴대전화 부품, LCD 등에서 일본보다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부품소재는 대부분이 중국의 내수용보다는 수출용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 내수용 부품소재의 수입시장 점유율에서는 오히려 일본이 14.8%로 한국의 12.4%보다 높다.

최근 중국의 성장동력이 수출형에서 내수형으로 전환되면서 한국 부품소재의 대중국 수출에도 황색 불이 켜지고 있다. 지금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계 기업들은 수출 중심의 기존 판매라인을 중국 내수시장형으로 전환하고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공장 바로 옆의 시장을 뚫기가 천 리 길보다 멀다.

첫째, 한국의 수출용 부품소재 가격이 내수용보다 크게 높은 편이다. 수출용은 관세가 환급되지만, 내수용은 평균 9%대의 관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중국 현지 기업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한국의 거래처가 대부분 중국 현지의 한국계 또는 수출형 기업 위주이다. 중국 내수형 기업과는 거래 경험이 거의 없는 편이다. 소위 ‘관시’가 없다. 특히 중국 국유기업은 정부의 국산화 장려정책에 따라 자국 기업을 우선시한다. 셋째, 현지 거래 관행이 대부분 외상거래이며, 중국 기업에 대한 신용정보도 거의 없어 선뜻 거래에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넷째, 한국계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에서 만들기에만 익숙하지 내수 판매에는 경험이 부족하다.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중국 내수시장을 뚫어줄 유통전문가 확보가 쉽지 않다.

지금 중국 현지의 최대 화두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 특히 부품소재를 어떻게 내수용으로 파는가이다. 자금력과 인력, 정보력에서 한계가 있는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국력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경쟁국인 대만과 중국 간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범위가 제조에서 유통, 금융으로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

둘째, 한국 부품소재기업과 중국 조립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를 심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좋은 방안은 양국 기업 간 지분제휴 등을 통해 한국 부품소재가 중국 최종재에 접목될 수 있도록 협력체제를 제도화하는 일이다. 또한, 양국 기업이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함께하면 한국 부품소재의 중국시장 진출도 한결 용이해진다.

셋째, 한국 제조기업과 중국 유통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양국기업 간의 신용조사를 담당해줄 전문기관 설립은 필수불가결한 선결 조건이다.

넷째, 한국기업들은 지역별 다변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기존 동부지역은 중국기업 간 부가가치 사슬구조가 비교적 완비되어 있어 한국계 기업들이 새로 뚫고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다. 최근 중국계 기업은 물론 많은 외자계 기업들이 중서부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아직 부품소재 사슬구조가 완비되어 있지 못해 한국계 기업들의 참여 여지가 많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지역별 유통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다. 중국은 나라가 커 지역별로 소비문화와 유통 관행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지역별 유통전문가를 양성함이 바람직하며, 기존의 동부지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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