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지금 살얼음판...금융위기이후 최대 구조조정 한파

수익성 악화 등 비용절감 차원...지점 통폐합·명퇴 등 자구책 마련
컴플라이언스 강화·경쟁 심화..."인사관리 혁신 통해 수익 선순환 구조 마련 필요"
  • 등록 2013-12-05 오전 6:00:00

    수정 2013-12-05 오전 8:23:58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금융권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카드, 증권, 보험사에 이어 저축은행, 대부업체까지 모든 금융회사가 인력감축, 지점 통폐합 등에 나서고 있다.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회사 직원들은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망년회보다는 야근이 낫다고 쓴 웃음을 짓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좀체 수익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인력 감원·재편의 칼을 빼들었다. SC은행, HSBC 등 외국계은행이 대표적이다. HSBC는 일찌감치 한국시장에서의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했고,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해 한국에 진출한 SC은행은 단계적으로 100여개 지점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외국계은행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지속에 따라 소매금융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며 “소매금융 부문에서 수익성 개선이 요원한 만큼 점포(고정비용)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한계상황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순이자마진(NIM)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이 최근 55개 점포를 통폐합하기로 한데 신한·하나·농협은행 등도 중복 및 적자 점포 등을 노사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보험업계에선 한화손해보험과 하나생명이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외국계 보험사인 알리안츠생명도 지난 2003년 이후 10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키로 했다. 카드업계에선 시장 1위인 신한카드가 3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제 2금융권 전역으로 구조조정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금융계열사중에서는 삼성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 침체에 따라 대부분의 중소형증권사가 수익성 악화에 빠지면서 삼성증권(016360)도 지난 7월 과장·대리급 인력 100여명을 금융과 전자 계열사로 전환배치했다.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032830)삼성화재(000810)도 ‘임직원 전직(轉職) 유도’라는 구조조정 카드를 들고 나왔다. 창업 등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어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금융회사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구조로 금융권역 간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지 못할 경우 구조조정 한파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부의 발표대로 고객이 신규 계좌를 개설한 은행에 자동이체 연결 신청시 동 은행에서 기존 계좌의 자동이체 해지 건까지 알아서 처리해 주는 ‘계좌이동제’가 2016년부터 도입되면 금융회사들은 완전경쟁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여기에 기업금융 부문을 놓고 한국형 투자은행(IB)과 국내 은행 간에도 무한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회사 간 경쟁심화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보호 등과 맞물려 컴플라이언스 등이 강화되면 비용뿐만 아니라 영업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성장둔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채용, 경력 등 인사관리의 총체적 혁신을 통해 수익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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