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는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증권(016360)은 인력 전환배치와 더불어 7개 지점을 인근 지점과 통폐합했고, 교보증권도 작년말 44개였던 지점을 2015년까지 22개로 줄일 계획이다.
기업들이 저성장 시대가 도래할 것을 우려해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시장금리도 상승하면서 금융시장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인 51% “현재 경제상황 외환위기·금융위기때보다 어려워”
이데일리가 지난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산업·증권·금융 등 각계 기업인 1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인 51%가 현재의 경제상황이 1997년 IMF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어렵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시장의 최대 소비층이었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이 2000년 7%를 넘어섰고, 2026년 초고령사회로 전환되는 반면, 생산가능 인구비중은 감소해 잠재 성장능력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959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부동산시장 침체와 맞물리면서 국내경제의 잠재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홍덕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고,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성장률도 과거보다 낮아져 기업인의 체감경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최소한 투자만 진행 32%.. 선제적 구조조정 검토
정부는 기업들에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기업인들은 국내외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인해 아직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오히려 기업인 10명 중 3명은 ‘향후 경제상황에 대비해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올 상반기 계획대비 투자집행 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기업인 10명 중 4명은 ‘최소한의 투자만 진행했다’(32%)와 ‘상황이 워낙 불투명해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했다’(4%)라고 답했다.
기업들의 투자 부진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인의 76%가 내실을 선택했고, 투자는 13%에 불과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로선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유동성 확보 등 내실경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저성장 고착화 투자 걸림돌… “규제완화로 투자심리 회복시켜야”
이는 정부가 지난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올 3월 제시했던 2.3%보다 높은 2.7%로 상향 조정했다. 또 내년 성장률은 세계 경제성장세가 확대되면서 연간 4.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기업인은 “정권 초기 각 부처들과 정치권들이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등에 매몰돼 글로벌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들어 STX그룹과 쌍용건설 등 대기업들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중공업·건설 등 주요 업종에서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67%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꼭 살아날 기업들만 선별해 정부와 국책금융기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홍덕표 연구위원은 “우리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 기업들의 투자는 어려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규제를 과감히 풀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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