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보험의 사각지대?

국보·보물 화재보험 가입률 40% 밑돌아
5년 3개월 만에 복구한 숭례문도 미가입
문화재청 "예산 부족"·업계 "위험 높아"
"정책성보험 등 통해 가입 의무화해야"
  • 등록 2013-05-14 오전 6:00:00

    수정 2013-05-14 오전 6:00:00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국보 제1호인 숭례문 등 문화재에 대한 화재보험 가입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나면 수 백억원에 달하는 복구비용 등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5년 3개월만에 복구돼 언론에 공개된 숭례문의 모습. (사진=한대욱 기자)
13일 노웅래 민주통합당(마포 갑) 의원실에 따르면 화재로 유실될 우려가 큰 목조 소재의 전국 국보·보물 중 화재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40%로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국보·보물 130건 중 화재보험에 가입한 문화재는 25% 안팎이며, 지방 문화재는 보험 가입률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지정 문화재의 재난 방지와 도난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화재에 대비한 보험 가입 관련 의무조항이 없어 상당수의 문화재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 중 5년 3개월 만에 복구된 숭례문도 아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숭례문은 지난 4일 복구 기념식을 열었고, 총 복구 비용은 270억원에 달했다. 2008년 불이 났을 당시 보험 가액이 9500만원에 불과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건물의 면적당 보험 가액만 책정됐기 때문. 보험 가액은 보험 가입 대상이 입게 되는 손해액의 최고 한도를 말한다.

화재 이후 숭례문은 사대문 중 유일하게 관리업무가 서울시 중구청에서 문화재청으로 이관됐다. 문화재청은 복구 두 달 전부터 숭례문에 대한 보험 가입 의사를 보험사들에게 전달했지만, 높은 위험 부담 탓에 선뜻 나서는 보험사가 없자 일단 행사부터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한 영업배상책임보험과 화재보험 등 관련 사안을 보험사들과 협의 중”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전국에 국보·보물로 지정된 167개 건축물의 보험 가입도 보험사들에게 요청했지만, 이 또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문화재에 대한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적은 보험료를 받고 막대한 보험금을 내줘야 하는 보험사들이 수지타산 등을 이유로 계약 인수를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지난 2월 보험 계약을 갱신한 경북궁 등 서울과 경기 지역의 주요 궁· 능도 사업자 선정에 애를 먹었다. 연간 4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보험료로 700여 개에 이르는 건물을 관리해야 하고 불이 나면 최대 1150억원에 달하는 보험금(보험가액)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에 계약을 인수했던 보험사가 1년 더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건물의 보험가액 책정은 국가디지털예산회계프로그램인 디브레인(dBrain)의 국유재산 대장가격을 기준으로 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목조 건물은 위험이 너무 커 회사 내부적으로 계약 인수가 불가능한 물건으로 지정했다”며 “더욱이 문화재는 자산가치조차 측정이 안 돼 이를 보험으로 수치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문화재에 대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사들이 화재 위험을 공동으로 인수한 뒤 이를 넘어서는 위험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해주는 정책성 보험이 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요율 측정 등에 있어 정책성 보험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며 “다만 문화재와 관련한 화재의 사전 예방이 최우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영국의 히스콕스(HISCOX) 등의 보험사들이 ‘아트-인슈어런스(Art-Insurance)’라는 명칭으로 비슷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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