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총재의 경험과 자질을 최고로 인정한 영국은 현 총재보다 60% 가까이 높은 연봉을 안기며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카니에게는 부진한 영국 경제와 오래된 영란은행의 조직문화와 은행시스템 규제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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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영국 재무부는 머빈 킹 현 총재 후임으로 카니를 후임 총재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카니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직을 내년 5월까지만 수행한 뒤 6월말 킹 총재가 물러나면 7월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이로써 카니는 영란은행 318년 역사상 첫 외국인 총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전세계를 봐도 외국인이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가 된 것은 ‘버냉키 스승’으로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에 오른 미국인 스탠리 피셔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도 “카니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캐나다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대규모 구제금융을 막아내는 등 놀라운 일들을 해왔다”며 “가장 경험많고 뛰어난 자질을 가진 최고의 중앙은행 총재로, 어려운 경제적 시기에 처해있는 영국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호평했다.
이와 관련, 재무부 관계자들도 “오스본 장관이 오래전부터 카니 총재가 보여온 골드만삭스에서의 관리능력과 민간부문에서의 경험, 중앙은행장으로서의 실적, 국제 규제관련 지식 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 실물경제 난제..조직-규제이슈 산적
카니 총재에 대한 이처럼 높은 기대도 사실 무리는 아니다. 그는 지난 2008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하면서부터 기준금리를 제로수준 가까이 내리는 등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통화정책을 펼쳤다. 이는 캐나다가 선진 7개국(G7) 중 금융위기의 늪에서 가장 빨리 빠져나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영란은행은 영국이 4분기에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점치며 선진국 가운데는 처음으로 삼중침체를 경험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책목표인 2% 수준으로 정책 여력도 거의 소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카니 총재가 처음부터 지나치게 급진적인 부양책을 쓰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상황이나 캐나다에서의 정책을 볼 때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 그는 지난 2009년 4월 이후 지금까지 캐나다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25%에서 단 한 차례로 올리지 않았다. 연방준비제도(Fed)보다 앞서 “내년 중반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었다.
아울러 카니는 전통적인 영란은행 문화에 대한 지나친 추종과 위계질서를 타파하는 일이나 아직 취약한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규제를 부과하는 일도 숙제로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