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안랩 대표 "국내 1위, 세계로 무대 넓힌다"

창립 17주년을 맞이한 안랩..본격적으로 해외시장 진출
집중력 있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강점
  • 등록 2012-03-27 오전 11:00:00

    수정 2012-03-27 오후 4:32:34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안랩(구 안철수연구소(053800))은 1995년 `IT 보안`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할 때 보안 사업에 뛰어들었다. 보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안랩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봤다. 보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먼저 알고 17년 동안 보안사업이라는 한우물을 팠다. 그 결과 안랩은 국내 보안업계 1위에 올랐다. 세계적인 보안기술도 확보했다.

이제 무대를 넓히는 일만 남았다. 보안 기술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 받는 것이 안랩의 새로운 도전이다.

◇ 세계시장 공략..`미국부터 시동`

판교 안랩 사옥에서 만난 김홍선 대표(사진)는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가장 큰 시장인 미국부터 공략할 계획"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통하는 메시지, 상품 기획, 기술 개발 등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는 끝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안랩은 소극적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일본에서는 관제 사업과 모바일 보안 사업을, 중국에서는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트러스가드` 시리즈 제품을 선보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단순하게 제품을 현지화해 판매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었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사업모델부터 새롭게 짰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안랩은 진출하려는 나라에 맞춰 상품을 새롭게 기획했다. 김 대표가 글로벌사업본부장도 맡아 글로벌 사업도 직접 관리한다.

특정 사이트를 공격하는 해킹 수법인 `지능형 지속위협(APT, Advanced Persistent Threat)` 공격 대응 솔루션을 한국에 출시하기에 앞서 미국에서 먼저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APT 솔루션 `트러스와처 2.0`은 미국의 기업 보안 상황과 시장에 맞게 디자인됐다. 해외에 수출하는 온라인 뱅킹 서비스 역시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다른 서비스로 만들었다.

그 결과 안랩은 미국 시장 첫 진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월에 참가한 세계 최대 보안 컨퍼런스인 `RSA 2012`에서는 5000명 이상이 안랩 부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는 안랩을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으로 보고 있다"며 "신생기업임에도 기술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랩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매출 비중을 지난해 8%에서 올해 10%대로 확대하고 오는 2015년에는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처럼 안랩의 기술력이 해외에서도 인정 받기 시작했음에도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것이 해외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보안업계는 기업의 신뢰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안랩은 현지에서 협력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안랩은 세계적인 보안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기술력과 브랜드를 함께 알리는 전략을 짜고 있다.

◇ "브랜드 인지도 높여라"

사명에서 창업자인 `안철수` 의장의 이름을 빼고 해외에서도 기억하기 쉬운 `안랩`으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RSA와 같은 국제 컨퍼런스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보안 제품과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여러분의 오랜 동반자가 되겠다`라는 인식을 해외 협력사에 심어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대형 보안기업보다 빠르게 보안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강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랩은 해외사업을 강화하면서 국내 1위 보안업체로서 역할도 다할 계획이다. 안랩은 국내 1위 보안업체로 안랩의 성과와 행보가 곧 국내 보안산업의 미래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위로서 부담감보다 자부심을 먼저 느낀다"라며 "국내 보안산업을 안랩이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해 다양한 보안사고를 겪으며 국내 보안산업은 국산 솔루션이 지켜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악성코드와 바이러스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문화와 성향을 반영해 보안 위협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가를 우리 군대가 지키듯이 보안도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며 "앞으로 모든 산업과 사회가 IT 기반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IT 보안을 외부에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안랩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지역의 `보안 맹주`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보안기업은 서구화된 사업전략으로 아시아의 특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의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만 제대로 된 보안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고, 안랩이 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국내사업을 강화하며 김 대표는 안랩을 연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988억원으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기술만 있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매출 1조원 목표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충분히 이룰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매출 1조원 목표 달성 시기가 아니라 안랩이 창업 정신인 `영혼이 있는 기업`을 유지하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1995년 3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로 설립됐다. 창업자인 안철수 안랩 이사회의장(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988년 서울의대 박사과정 시절 백신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0년 6월 `안철수연구소`로 사명이 변경됐다가 지난달 `안랩`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기업을 상대로 보안 컨설팅-솔루션-관제 등의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개인용 제품으로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인 V3 제품군으로 유명하다.

■ 김홍선 대표 1960년 생인 김홍선 대표는 서울대 공대 학사와 석사, 퍼듀대학교대학원 전기공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김 대표는 IT 네트워크와 보안 전문가로 2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았다. 1996년 `시큐어소프트`를 설립했으며 2007년 시큐어소프트의 네트워크보안사업부문이 안랩에 인수되면서 김 대표도 안랩으로 옮겨왔다. 김 대표는 안랩에서 기술고문을 거쳐 2008년 2월 CTO, 2008년 8월부터 CEO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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