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08일자 10면에 게재됐습니다. |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10년 동안 간호사로 일해온 정성연(37)씨는 푸념을 늘어놨다. 3교대 근무라는 업무 특성상 아침 근무, 저녁 근무, 밤 근무를 자주하는 사이 대인관계는 끊어지고 위장약이 그자리를 대신한다는 설명이다.
정씨는 결혼도 늦었다. 서른 중반에 결혼했지만, 출산의 어려움도 양육의 어려움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동 강도가 높아 유산 위험에 노출돼 임신 초기 가슴을 졸이며 살았다. 육아는 먼 친척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정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게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진짜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 또 다른 걱정이 늘어난다는데 큰 일”이라고 말했다.
8일 세계여성의날이 104회를 맞게 됐지만, 여성의 노동 현실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게 없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고용률은 67.9%로 최고를 기록했다. 여전히 남성고용률(74%)에 못미치지만, 20년 전 44%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임미경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이화의료원지부장은 “보육을 사회 문제가 아닌 개인 문제로 여기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유럽같이 보육서비스가 시스템화하지 않으면 일하는 여성의 고통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