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은행 실적…투자전략 어떻게

"눈높이를 낮춰라"..변동성 확대 불가피
구조조정 리스크 작고 자본력 좋은 은행에 `관심`
  • 등록 2009-02-15 오전 10:20:00

    수정 2009-02-15 오전 10:20:00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금융위기의 직접 당사자인 은행들이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각오는 했지만 공개된 실적은 예상에 한참 못 미쳤고, 앞으로의 성과도 신통찮을 가능성이 높아보이기 때문.

4분기 실적과 올해 영업상황을 반영해 은행별 목표주가는 이미 줄줄이 낮춰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은행주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구조조정 리스크를 감안해 매수대상과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고 있다.

◇ 4대은행 모두 예상치 하회..목표주가 줄줄이 하향

자산기준 상위(Top)에 들어가는 4개 은행 모두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은행별로 사연은 달랐지만, 공통된 가장 큰 이유는 작년 4분기부터 본격화된 건설사와 조선사 구조조정과 관련한 대손충당금.

은행별로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200% 이상 전분기보다 충당금이 늘어났고, 이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인식돼 은행들의 순익을 갉아먹었다. 특히 CDO와 CDS 등 합성파생상품 손실을 대거 털어낸 우리금융의 경우 전분기에 비해 4배나 많은 충당금을 쌓았다.

▲ 은행별 4분기 실적(전기비 증감율)

 
 
 
 
 
 
앞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확산되면서 은행들의 충당금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정책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터라 은행들의 이자마진도 가파르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익성은 떨어지고 비용이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 가격을 낮춰잡는 수밖에 없다. 증권사마다 은행주 목표가격을 잇따라 내리고 있는 이유다.
 
▲ 증권사별 목표주가 조정


 
 
 
 
 
 
 
 
 
 
 
 
 
 
 

◇ 은행주 보수적 접근 불가피..하나금융·KB금융 `살 만`

기업들간 옥석가리기는 이제 막 시작됐고, 저금리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는 언제 바닥을 찍을 지 몰라 대출 부진과 연체율 상승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행들로서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여건인 셈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은행주 매수에 신중하라는 주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경기 사이클은 물론 정책 변수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주 중에도 하나금융과 KB금융(105560)에는 상대적으로 `매수` 추천이 많은 편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타 은행사에 비해 구조조정 익스포져가 작다는 점이 절대적인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하나은행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지난달 20일 발표된 건설·조선사 1차 구조조정 대상 중 주거래기업이 한 곳도 없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대출 비중(36.5%)도 시중은행 평균 45.9%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연체 부담이 덜하다.

황석규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말 하나금융 연체비율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균 6bp 상승한 다른 은행에 비해 우수했다"며 "위험 익스포져 규모가 적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다른 은행에 비해 우수한 자본력과 작년말 대규모 충당금을 미리 적립해 둔 점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KB금융이 작년 4분기중 털어낸 대손상각비만 1조733억원. 4대 은행중 최대 금액이다. 이 중 실제 연체여신에 의한 대손충당금 순증액은 절반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보여 나머지 금액은 앞으로 부실화될 자산에 대비해 미리 적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분기에 1조원 넘는 충당금을 적립했는데도 분기 흑자가 날 만큼 영업이익 구조가 양호하다"며 "다른 은행에 비해 자본비율이 높고 자사주 매각 등으로 자본비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어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이 가장 작은 은행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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