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서 괴롭힘에 극단선택한 이병…유족 “‘오발사고’ 보고 상관 고발”

부중대장·하사, 허위보고 혐의로 육군 검찰단에 고발
‘머리에 총 쐈다’ 보고 받고 중대장에 ‘오발사고’ 보고
육군 “단시간 정정…허위보고 정황 없는 것으로 판단”
김 이병, 지난해 집단 괴롭힘 당한 뒤 극단 선택해 숨져
  • 등록 2023-06-23 오전 12:03:48

    수정 2023-06-23 오전 12:03:48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11월 육군 제1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발생한 김모(당시 21세) 이병의 총기 사망사고가 집단 괴롭힘에 의한 극단적 선택으로 드러난 가운데 해당 사건을 ‘오발사고’로 보고한 상관이 군 검찰에 고발됐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지난 4월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 5사단 GOP 부대 전입신병에 대한 군 내 가혹행위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군인권센터와 김 이병의 유족은 22일 마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당시 부중대장이었던 A씨와 하사 B씨를 허위보고 혐의로 육군 검찰단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군 인권센터 관계자는 “A 부중대장과 B 하사가 사실과 다른 보고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군 경찰이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며 “극단적 선택과 오발 사고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며 규명해야 할 것도 다르다”고 말했다.

센터가 공개한 지난 2월 9일자 육군수사단 수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당일이던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8시 45분께 A 부중대장은 상황간부로부터 ‘머리에 총을 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유선보고를 받고 1분 뒤 소속 중대장에게 “오발사고가 난 것 같다”고 구두로 보고했다.

육군은 지난 2월 유가족 등이 제기한 허위보고 의혹에 대해 “판초 우의가 총기에 걸려 격발됐다는 내용은 해당 간부(B 하사)가 사고 현장을 보고 임의로 추정해 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사단이 상황을 재확인해 최초 상황 보고 후 23분 뒤 상급 부대로 ‘원인 미상 총상’이라고 정정 보고했다”며 “수사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가족과 센터는 이날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B씨와 부대원 3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 고발했다. 또 지난 4월 강원경찰청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일부를 불송치한 것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김 이병의 아버지는 “사고 이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방부가 관련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육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당시 사건 기록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법과 규정에 맞게 필요한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2월에도 밝혔듯 B 하사의 ‘오발’ 보고는 단시간에 사단에서 ‘원인 미상 총상’으로 정정됐고 허위 보고된 정황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부중대장의 최초 보고 역시 같은 이유로 허위 보고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김 이병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8시 47분께 강원 인제군 GOP에서 경계근무 중 총상을 입고 숨졌다. 군사 경찰은 김 이병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가해자로 지목된 8명을 민간 경찰로 넘겨 조사받게 했다. 사건을 수사해온 강원경찰청 군인범죄전담수사대는 가해자 4명을 초병협박, 강요, 모욕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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