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할머니 있다” 말에…화재 건물 13층서 경찰은

부산 화재현장 출동 김동희 형사
거동 불편한 할머니 업고 계단으로 내려와
대피 후 할머니 요양보호사가 선행 알려
“계단 내려오면서도 내 걱정만…큰 감사”
  • 등록 2023-05-08 오전 5:25:46

    수정 2023-05-08 오전 5:25:46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불길이 치솟는 건물 13층에서 거동이 불편한 80대 할머니를 업고 대피한 경찰관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15일 부산 북구의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북부경찰서 김동희 형사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직접 업고 13층을 내려왔다. 김 형사와 어르신이 1층에 무사히 도착한 모습.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7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오전 4시39분쯤 부산 북구 15층 주상복합건물 꼭대기층(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건물 12~14층에는 총 60여가구가 거주하고 나머지 층은 상가로 구성돼 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북부경찰서 김동희 형사(37)와 동료 경찰은 주민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기 위해 건물 내부에 들어가 12~14층 문을 일일이 두드렸다. 마침 주민들은 관리사무소 방송을 듣고 대피 중이었다.

경찰들이 13층 복도에서 문을 두드리며 주민들을 대피시키던 때 한 주민이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다”며 김 형사에게 집을 가리켰다.

김 형사는 주민이 알려준 곳으로 갔고 그곳에선 거동이 어려운 A(87)씨가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 대피를 시도 중이었다. 당시는 화재 발생으로 주민안전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김 형사는 A씨를 업어서 내려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화재로 엘리베이터가 가동을 중단한 데다 검은 연기가 차올라 매우 급한 순간이었다”며 “위험한 상황에서 할머니가 거동까지 불편해 직접 업고 계단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김 형사와 함께 무사히 구조됐다. 불은 화재 신고 40분 만인 오전 5시22분쯤 진화됐다.

대피 후 A씨는 자신의 요양보호사에게 감사 인사를 대신 적어달라고 부탁해 부산경찰청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경찰임용 5년차인 김 형사는 “평소 현장에서 만나는 주민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면서 “늦게 경찰에 합격해 경력이 길지 않은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열심히 근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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