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툭하면 사업 지연…정부, 지역주택조합 손본다

서울·부산·광주 조합 운영실태 점검
“그간 제도 개선했지만, 현장 정착되지 않아”
  • 등록 2022-09-16 오전 3:00:00

    수정 2022-09-16 오전 3:00:00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무주택자 A씨는 3년 전 3500만원을 내고 가칭 ‘B지역주택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그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저렴한 가격에 역세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 2년이 지났지만 A씨가 가입한 B조합은 구청에서 정식 설립 허가도 못 받고 있다. 아파트를 짓겠다는 땅 역시 30%도 확보하지 못했다. 구청에 낸 건축 계획도 조합원을 모집할 때 홍보한 것과 달랐다. A씨는 조합원 탈퇴를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역주택조합 허위 광고를 경고하는 현수막.(사진=연합뉴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지역주택조합이 ‘깜깜이 사업’으로 오히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짓밟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러한 지역주택조합의 불합리함을 바로 잡고자 현장 점검을 통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5일 “조만간 지역주택조합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며 “지난 2015년부터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왔으나 아직 현장에서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현장점검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2020년에도 조합원 모집을 위한 과장광고를 금지하고 조합 해산 절차를 마련하는 등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이번 점검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국토부가 지역주택조합 세 곳을 정해 운영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점검 대상으론 서울과 부산, 광주에서 각각 한 곳이다. 국토부는 조합원 정보공개 제도와 신탁 현황 등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지역주택조합은 지역 주민이 직접 토지를 매입, 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조합이다. 해당 지역에 토지가 전혀 없어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과 차이가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의 자금을 모아 토지를 사들이고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조합원 모집에 실패하거나 토지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한다. 토지확보 비용이 늘어나 추가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다반사인데다 사업일정과 분양가를 확정할 수 없는 구조다. 조합원 모집이 순조롭게 이뤄져도 지자체가 사업을 승인하는 기준인 토지소유권 95%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을 승인받는 횟수도 크게 떨어진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년간 서울에서 조합을 설립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지는 19곳이지만 착공한 사업지는 2곳에 불과했다. 서울시에 조합원 모집을 승인받은 지역주택조합 110곳 중 정식 조합 설립은 인가받은 곳도 20곳에 불과하다.

토지소유권 95%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이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다. 한 번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탈퇴할 수도 없고 사업 지연에 따라 업무추진비 등으로 추가분담금만 계속 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조합원이 사업주체이기 때문에 토지확보 지연 등 사업진행이 늦어지는 데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의결권 확보를 위해 유령 조합원을 만들고 토지사용허가 문서를 위조하는 불법행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한 예로 최근 광주 서부경찰서는 광주 동구 금동 모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업무대행사 대표 2명에 대한 사기 혐의를 수사 중이다. 조합원들이 고소장 접수했는데 ‘조합 추진위가 사업부지 토지 확보율이 20%를 밑도는데도 80% 이상 확보했다고 허위 광고를 내 조합원을 모집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아닌 건설사가 직접 나서 벌이는 일반분양인 것처럼 속였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그동안 제도 개선이 많이 이뤄졌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개선된 제도를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추가로 조합원 가입을 받을 때 업무 대행사에 제대로 된 설명 의무를 부과한다면 지역주택사업이 더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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