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배 이래 평화헌법에 따라 방어 목적의 자위대를 보유해 왔다. 이번에 다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는 것은 동북아의 기존 질서가 붕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동북아 질서는 군사 및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핵무장에 나선 북한 때문에 심각하게 흔들려 왔다. 초강대국인 미국이 국방예산 감축에 따라 영향력이 약화된 데도 중요한 원인이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세불리기에 나선 가운데 한국이 줄다리기 무대가 되고 있다. 미국은 고고도 요격미사일(THAAD) 등 미사일방어 체제 동참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참여를 바라고 있다. 우리로선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에 대비해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경제적으론 중국과 협력해야 하는 어중간한 상황이다. 과거사 왜곡을 서슴지 않으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선 일본을 견제할 필요도 있다. 지난날 구한말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익을 최대한 담보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와 유연한 외교안보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