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임시분향소가 처음 문을 연 지난달 23일. 분향소 입구에 설치된 모금함의 정체가 의심쩍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입구서 성금을 받고 있다며 정상적인 모금인지 의아하다는 내용이었다. 모금함은 특정 위치에 고정돼 있지 않았고, 23~24일 양일간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모금 주체는 ‘단원고 졸업생 학부모회’라고 했다.
단원고에 단원고 졸업생 학부모회에 대해 문의하니 “그런 조직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원고 학부모회도 “우리는 모금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금은 단원고 운영위원회에서 진행했고 불법적인 요소가 있어 모금 활동이 오락가락했다는 것이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상 1000만원 이상 모집시 목표액, 방법, 기간 등을 안전행정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경기도지사)에 사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첫날 모금액이 1000만원을 넘어서자 등록없이 모금을 계속해야 할지를 두고 모금 활동을 벌였던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던 모양이다. 단원고 운영위에서 모은 성금은 현재 대한적십자사 계좌에 위탁 관리되고 있다. 지면을 빌어 단원고 운영위 관계자들께 잠시라도 의심했던 것에 대해 사과를 전한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을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 지 참담한 심정이 든다. 세월호 침몰 사고 동영상 등 문자 메시지를 통한 스미싱을 비롯해 구호물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사기를 쳐 돈을 갈취하는가 하면, 구호물품을 빼돌리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최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사조직이나 시민단체에서 진행되는 성금 모금은 유가족 의사와 무관하다”며 모금 활동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모인 성금이 있다면 장학금으로 기탁하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를 돈벌이에 악용해 희생자들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 그것이 어른들의 탐욕으로 희생당한 어린 학생들과 가족들을 위로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