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엿보기]자동차는 누가 만드는가

'완성차는 거들뿐'.. 수천여 부품사 생태계 이뤄
  • 등록 2013-12-09 오전 6:00:00

    수정 2013-12-09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자동차는 수만 개 부품으로 이뤄졌다. 볼트·너트 같은 세세한 부품을 따지면 3만~4만개를 웃돈다. 엔진·배터리 계통의 핵심 부품만 꼽아도 엔진과 마운트, 실린더헤드, 워터펌프, 오일팬, 챔버를 포함해 10여 가지다.

이들 부품 대부분은 현대자동차(005380)기아자동차(000270), 도요타자동차, 폭스바겐 같은 완성차 회사가 만드는 게 아니다. 완성차는 수천 여개에 달하는 부품사가 납품한 부품을 조립할 뿐이다. 보통 하나의 차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최대 4~5차례의 납품을 거친다. 이 중에는 매출 23조 원의 세계 8위 부품사 현대모비스(012330)가 있는가 하면 매출 수십억 원의 작은 회사도 있다. 현재 국내 완성차 회사에 직접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1차 부품사의 수는 총 887개다.
신형 제네시스를 만드는 주요 부품 업체들. 하나대투증권 제공
완성차는 이 생태계의 정점에서 모태 역할을 한다. 큰 밑그림을 그리지만 이를 위한 세부 기술은 부품사의 몫이다. 통상 완성차와 부품사는 하나의 신차 개발을 위해 4~5년 이상 한솥밥을 먹는다. 부품사의 기술력이 곧 완성차의 기술력이다. 완성차 구매조직본부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도 모두 구매본부 경력을 거쳤다.

국내 자동차 생태계의 모태는 현대·기아차다. 현대·기아차가 연간 75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며 부품사도 훌쩍 컸다. 국내 부품사 대부분은 현대·기아차나 납품 비중이 절반, 많게는 90%를 넘는다.

현대·기아차도 국내 부품사의 기술 발전 덕택에 성장했다. 현대차는 1970년대 시작 당시만 해도 포드·미쓰비시 등의 핵심 기술을 이용해 위탁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현대위아(엔진), 현대파워텍(변속기) 등 부품 계열사와 협력사를 통해 주요 부품을 국산화했다. 보쉬 등 독일 기업에 의존해 왔던 전장 부품도 최근 상당 부분 국산화했다.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한국식 자동차 생태계가 탄생한 것이다.

규모를 키운 국내 부품사들은 최근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인도 등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도 있지만 폭스바겐이나 포드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의 납품 물량도 늘고 있다. 외국계인 한국GM과 르노삼성도 이런 국내 부품사들의 국제화를 돕는다. 모회사인 GM과 르노-닛산이 부품 구매를 총괄하기 때문이다. 이곳 납품이 곧 해외 납품 기회로 이어진다.

자동차 강국 독일·미국·일본은 우리와 또 다른 형태의 자동차 생태계다. 세계 1위 부품사인 독일 보쉬의 영향력은 독일 완성차보다 크다. 독일 내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그룹(아우디·포르쉐 포함)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즐비하다. 보쉬의 신기술 개발이 곧 독일차의 신기술이 된다. 세계 2위 부품사 일본 덴소나 미국 존슨 컨트롤 등도 비슷하다. 부품사들은 자국 완성차와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완성차는 결국 부품사들이 만든다.
현대차 북미법인의 신형 제네시스 부품 분해도. 하나대투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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