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소프트웨어 업체인 MS가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60% 이상 석권하던 노키아를 사들여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판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MS의 노키아 합병에 대해 별다른 무게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심지어 ‘루저들의 결혼’이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 업체의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MS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윈도폰의 세계 시장점유율과 노키아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공히 3%대 수준이니 일견 타당한 논리로 보인다. 여기에 구글이 2년 전 인수한 모토로라 사례도 근거로 제시된다. 당시 구글이 13조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모토로라를 합병했으나 아직 두 업체 간 결합 시너지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이는 스마트폰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업체와 하드웨어 업체 간 결혼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성급한 결론으로 비화되고 있다.
과연 MS와 노키아의 결합이 세간의 예견처럼 ‘태풍속의 찻잔’ 수준으로 끝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MS의 노키아 인수는 기존 스마트폰 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핵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우선 MS와 노키아의 합병은 구글과 모토로라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MS는 백척간두의 절박한 처지에서 노키아를 선택했다. MS는 핵심 캐시카우인 PC 운영체제 시장이 갈수록 모바일 OS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노키아를 인수했다. MS로서는 노키아가 소생하지 못하면 자신의 미래도 없다. MS가 노키아를 통한 부활 프로젝트에 전사적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구글은 자체 OS인 안드로이드가 세계시장을 80% 가까이 점할 정도로 최고 전성기를 만끽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구글에 모토로라의 활용도가 최저점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까지 높이게 되면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으로 구성된 안드로이드 진영에는 커다란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글 입장에서 지금은 모토로라라는 ‘히든 카드’를 본격 가동할 이유가 없다.
절체절명의 처지에서 노키아를 합병한 MS와 보험 성격으로 모토로라를 사들인 구글의 입장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 같은 양사의 처지는 결국 각사의 인수·합병(M&A)에서도 대조적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모바일 OS 중에서 가장 급성장한 것이 MS의 윈도폰(77% 성장)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시장점유율 3%대 임에도 윈도폰은 나름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독자노선을 고집하는 애플로서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윈도폰 군단이 더해지게 되면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 대 비애플이라는 양강구도 대신 애플·안드로이드·윈도폰 이라는 3강체제로의 전환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애플의 충성고객들이 윈도폰으로 옮겨가기보다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윈도폰으로 갈아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드로이드와 윈도폰 진영 모두에 몸 담고 있는 업체들로서는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이 급증하더라도 신규고객이 늘기보다는 자기시장 잠식 효과(cannibalization effect)를 겪게 될 것이다.
요컨대 MS의 노키아 인수는 애플 대 삼성전자라는 스마트폰 양강체제의 종말을 앞당기는 기폭제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나아가 모바일 OS와 스마트폰 기기 산업의 근간을 흔들며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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