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선장 실종에 태풍까지‥다시 하라면 못하죠"

윤재인 LS전선 에너지사업본부장 인터뷰
국내업체 최초로 해저 전력망 사업 수주
선장 실종·태풍 등 우여곡절 끝 공사 완료
  • 등록 2012-05-07 오전 8:02:03

    수정 2012-05-07 오전 9:15:25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7일자 1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안승찬 서영지 기자] "바다 밑에다 케이블을 깐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정말 몰랐습니다. 알았으면 아마 안 했을 겁니다."

지난 2일 윤재인 LS전선 에너지사업본부장(전무)을 경기도 얀양시 LS타워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전남 진도에서 제주도 사이 바다 밑에 전력선을 잇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무려 105km에 달하는 거리.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은 국내 업체 중에서 LS전선이 처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공사를 마쳤지만, LS전선은 이 공사로 7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LS전선은 지난해 154억7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지금까지 제가 회사에 붙어 있는 걸 보면 신기한 일이죠." 윤 전무는 너털웃음을 쳤다. 오히려 윤 전무는 2010년 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윤재인 전무가 진도-제주간 해저케이블 공사 당시 있었던 갖가지 고생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말했다. (사진: 권욱 기자 ukkwon@edaily.co.kr)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해저케이블 사업은 전선업계에서 가장 유망한 사업이지만, 프랑스의 넥상스와 일본의 JPS 등 몇개의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LS전선은 경험이 전무했다. 윤 전무는 "지난 1997년 넥상스가 지었던 1차 제주 해저케이블 사업 때만 해도 어떻게 생긴 지조차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 환경 문제가 중요해질수록 해저케이블 시장도 커질 수밖에 없거든요." 마침 한국전력에서 제주도와 진도를 잇는 2차 해저케이블 프로젝트 소식을 듣고 구자열 LS전선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 "일단 공장부터 짓자!" 수주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1800억원을 투자해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케이블 전용공장을 만들었다. 육상 케이블 사업 경험이 많지 않느냐고 파고들었고, 국부 유출 논리도 폈다. 대략 5000억원을 예상하던 프로젝트 가격을 "3300억원에 해보겠다"고 제시해 어렵게 입찰을 따냈다. 하지만 고난의 길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2010년 6월 동해 공장에서 첫 출하한 해저케이블을 선적한 배가 떠났어요. 드디어 공사가 시작된다고 들떠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 부산 앞바다에서 갑자기 선장이 사라진 겁니다. 2주 동안이나 바다를 수색했는데 결국 못 찾았어요. 특수 선박이라 하루 배 이용료가 1억원 넘었는데.."

처음부터 공사는 꼬였다. 진도에서 제주로 가는 15km 지점에 있는 해협 울돌목은 최대 위기였다. 울돌목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크게 무찔렀던 곳이다.

"조수가 세고 수중 시계가 흐려 공사하는 엔지니어들이 한 치 앞이 안 보인다는 거예요. 거기서 한 달간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그러다 태풍을 만났습니다." 결국 거기서 케이블을 끊고 작업을 철수했다. 헤저케이블 공사는 중간에 케이블을 절단하면 발주자는 인수를 거부할 수 있다. LS전선은 이 때문에 한전에 120억원을 배상했다.

"이번에는 거꾸로 제주부터 공사하며 울돌목으로 올라왔습니다. 바지선 위에 케이블을 끌어 올려 접속한 후 다시 바다 아래로 내려서 겨우 공사를 마칠 수 있었죠."

진도 주민의 반대도 걸림돌이었다. 진도 내에 변전소-변환소 간 가공선을 설치해야 하는데 진도 주민이 건설 자체를 반대하며 들고 일어섰다.

"아마 섬에서 땅속으로 지중선을 깐 것은 전 세계에서 진도가 처음일 걸요. 18개 마을 동네 이장과 반대가 심한 주민을 일일이 만났습니다. 제 흰머리는 전부 이때 생겼습니다."

그의 말처럼 `어마어마한 수업료`를 냈지만, 경험은 차곡차곡 쌓였다. LS전선은 제주 해저케이블 프로젝트 이후 국내에서 화원-안좌 해저 전력망 사업 등 몇 개의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다.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35kV급 미국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도 따냈다.

"유럽과 일본의 선두 해저 케이블 업체가 확실히 긴장을 했나 봐요. 굵직굵직한 해외 프로젝트 입찰에서 굉장히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를 악물고 기어이 수주할 겁니다. 그래야 회사에서 안 잘리겠죠. 수주 못 하면 올 연말 이후로 저를 못 볼지도 몰라요."

오는 2015년에는 넥상스와 프리즈미안과 함께 해저 케이블 시장에서 상위 3개 업체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포부다. 윤 전무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관련기사 ◀ ☞LS전선, 링네트 지분 5.66% 전량 장내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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