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1 김치찌개, 이야기가 필요하다
김치찌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메뉴다. 그만큼 자주 접하는 음식이다. 맛으로만 승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고객은 각자 기억하고 있는 맛있는 김치찌개에 대한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메뉴로는 이른바 대박을 노리기 힘들다. 고객의 혀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는 3000원(최근 3500원으로 인상)짜리 김치찌개가 있다. 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간판도 없어 사람들은 간판 없는 김치찌개집이라 부른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성진식당'은 통김치에 돼지고기를 통으로 넣은 통김치찌개가 있다. ‘통’이라는 단어가 주는 푸짐함은 고객들 사이에 끊임없이 회자된다.
최근 온라인 입소문 메이커인 블로거들은 이런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것에 목말라한다. 오프라인 상의 입소문보다 그 파급력은 상상불허다.
◇ 고객을 집중하게 만드는 ‘7분 효과’
- '새마을식당 논현본점'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64-12 (02) 544-3284
김용희 팀장은 “고객은 까다롭다. 김치찌개가 늦게 나오면 늦는다고 빨리 나오면 깊은 맛이 없다고 불만을 가진다. 그래서 테이블마다 타이머를 놓아두었다”라며 메뉴명에 대해 이야기 했다.
7분은 김치찌개가 맛을 내기 위한 최소 시간이다. 냄비를 테이블 위 가스레인지에 올리면서 시작버튼을 누른다. 김치보다 익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돼지고기는 초벌로 삶아서 찌개에 넣는다.
7분이 지나기 전에는 고객이 냄비뚜껑을 열지 못하게 한다. 타이머 벨이 울리기전엔 밥도 주지 않는다. 밥은 김치찌개를 덜어 비벼 먹을 수 있도록 볼에 담아 준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가장 센 불 위에 올려 7분이 지나면 종업원이 김치찌개 속 돼지고기와 김치찌개를 잘 드는 가위로 잘게 썬다. 돼지고기도 적당히 기름기가 있어야 맛있다는 것이 이곳 지론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눈앞에서 보는 고객은 음식에 대해 신뢰도가 높아진다. 불 위에 올린 김치찌개는 먹는 동안 서서히 더 걸쭉하고 진해진다. 찌개에 두부는 넣지 않는다.
두부를 넣게 되면 맛이 부드러워져서 밥과 비볐을 때 칼칼한 맛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초기엔 반찬으로 계란프라이나 조기구이 등의 반찬을 냈었지만 지금은 과감히 줄였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날씨에는 3~5일 동안 실외에서 숙성하고 적정 산도와 염도에 도달하면 3℃ 냉장고에서 약 3주 동안 추가 숙성한다.
◇ 입소문의 삼박자, 묵은 된장과 넉넉한 인심 그리고 맛
- '오미뚝배기' 전라남도 광주시 동구 장동 58-25 (062)234-4694
가을에 1000포기씩 황석어젓을 넣어 찌개용 김치를 담근다. 어느 정도 밖에서 익힌 것을 장독에 담아 땅에 묻어 숙성한다. 김치찌개의 맛이 좋아 입소문이 났지만 된장을 넣고 김치찌개를 끓인다는 점과 넉넉한 인심,
이 세 박자의 조화로 블로거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넣는 된장도 20년 가까이 된 것으로 김치찌개에 깊고 독특한 맛을 더해주게 되는 것이다. 원래 그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로 더 유명했으나 된장이 거의 다 떨어져 된장찌개는 하지 않는다.
“김치찌개에 항상 된장이나 고추장을 넣는 것은 아니다. 계절마다 혹은 해마다 배추나 양념에 따라 간이 맞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 그때 간을 맞추기 위해 된장이나 고추장을 가감한다”는 이정화 대표. 고객이 너무 많으면 제대로 음식이나 서비스를 해줄 수 없어 속상하기만 하다며 한사코 취재를 거절한다.
전라남도 상차림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같이 나오는 한 쪽 묵은지와 파김치는 입소문만으로도 서울까지 '오미뚝배기'의 김치찌개가 이름이 낯설지 않은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