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에 떠오른 검은색 가방…네살 배기 시신이었다 [그해 오늘]

“주남저수지에 아이 시신 든 가방” 112 신고
조사 시작되자 자수한 30대 아이 엄마
“말 안 들어 폭행해 사망” 자수했지만
‘단독 범행’인 줄 알았던 사건의 반전은
  • 등록 2024-12-03 오전 12:01:02

    수정 2024-12-03 오전 12:01:02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2년 12월 3일.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에서는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뒤 가방에 넣어 유기한 어머니 A씨(당시 37세)의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초록색 점퍼를 입은 A씨는 이날 기자들을 향해 “죄송하다” 눈물을 훔쳤다.

이날 사건을 수사한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현장검증 전 브리핑을 통해 “A씨가 범행 1주일 전 계획을 세웠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2012년 11월 27일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 입구에서 발견된 가방 속 아이 시신의 내복과 신발.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Y 캡처)


◆그날 저수지에선 무슨 일이


2012년 11월 27일 오후 3시 46분쯤 주남저수지 서문 입구에서 남자 아이가 숨진 채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는 한 낚시꾼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시신을 생후 30개월 남자아이 정도로 추정했으며, 당시 아이가 들어있던 검은색 가방에는 지금 20cm 크기의 큰 돌 2개가 함께 들어 있었다.

키 90cm 가량인 아이는 내복만 입은 채 양말과 초록색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가방 속에 돌과 함께 웅크린 모습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아이의 몸 곳곳에서는 멍 자국이 발견됐다. 법의학자는 이 멍이 장기간 이뤄진 학대의 결과물이라고 추정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아이의 위장은 며칠간 먹지 못한 듯 비워져 있었다.

이후 경찰은 아이 시신을 발견한 당시 착용했던 양말과 신발의 상표를 확인하고 판매처를 압수수색해 해당 판매처를 상대로 구매자 신원 확보에 주력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좁혀지는 수사망에 압박감을 느낀 아이의 엄마 A씨는 경찰서로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백을 해왔다.

◆너무나 익숙한 범인 그리고 공범

A씨의 자백과 현장검증 등을 통해 사건은 해결되는 듯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그해 11월 지난 23일 오후 생후 36개월 된 아들 B군을 경남 진해에 있는 한 공원으로 데려갔다.

A씨는 아빠를 보고 싶다고 칭얼대는 B군을 화장실로 데려가 폭행했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죽었다고 생각하고 인근 상가에서 산 가방에 B군을 넣었으며, A씨는 가방을 들고 버스로 주남저수지로 이동해 아들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가정불화로 2개월 전부터 남편과 별거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12월 3일 A씨가 죽은 자신의 아이를 가방에 넣고 주남저수지에 유기하는 현장검증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A씨의 단독 범행으로 알려졌던 사건은 그해 12월 공범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창원지검 형사2부(현창범 부장)는 당시 A씨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공원 화장실과 숲에서 아들 B군을 마구 폭행해 숨지게 했는데도 목격자가 없었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추가 수사에 돌입했다.

결국 A씨가 가출한 뒤 신세를 졌던 지인 C(39)씨와 D(42·여)씨 부부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와 C씨 부부는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서 알게 된 사이였다. 이후 친분을 이어가면서 A씨가 C씨의 집에 머무르게 됐고 그해 11월 25일 오전 3시 50분쯤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집에서 아이가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C씨가 아이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머리를 거실 바닥에 부딪히게 했다. 엄마 A씨는 C씨가 현관 밖 복도에 내놓은 B군을 거실로 끌고 와 바닥에 내팽개쳐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3명은 B군이 사망하자 서로 공모해 주남저수지에 유기하기로 하고 같은 날 오후 9시 30분쯤 밀양시로 이동해 돌과 함께 가방에 시신을 넣었다. 그리고 오후 10시쯤 주남저수지로 가 가방을 유기했다.

이후 C씨 부부는 A씨의 뒷바라지를 해주기로 약속하고 A씨 단독 범행으로 꾸며 경찰에 자수하도록 한 것이었다.

검찰은 아이 엄마 A씨에 폭행치사와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함께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C씨에게도 같은 혐의를, C씨의 아내 D씨에겐 시신 유기를 도운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겼다.

이듬해 5월 창원지법 제4형사부(이완희 부장판사)는 A씨에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범행을 도운 C씨와 D씨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경찰에 붙잡혀서도 거짓말을 하고 나중에 자백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면서도 “어릴 때 부모를 여의는 등 불우하게 컸고 가정불화로 가출한 점” 등을 참작해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A씨에 징역 10년, C씨에 징역 8년, D씨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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