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올 들어 동학개미의 매수세가 강할수록 국내 주식 종목의 주가 수익률이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장에서 개인은 반도체와 전자 장비 관련 업종을 집중적으로 매수했지만, 매수한 종목은 하락하고 오히려 순매도한 종목이 상승한 것이다. 아직 대내외적 변수가 산적해있는 만큼 ‘줍줍’에 나서기 보다 각종 변수가 확인된 뒤에 매수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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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개인이 순매수한 코스피200의 118개 종목 평균 주가 하락률은 11.68%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1.14%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반면 순매도한 82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4.26%였다. 매도한 종목이 오히려 수익률이 높았던 셈이다.
특히 개인의 순매수 강도가 강할수록 하락률은 비례했다. 순매수 강도는 특정 종목의 기간 평균 시가총액 대비 개인의 누적 순매수 비율이다. 해당 기간 개인이 얼마나 집중적으로 해당 종목을 매수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로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순매수 강도 6.3%의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올 들어 28.3%나 하락했다.
만도(204320)와
현대위아(011210)는 32.8%, 26.7%씩 하락했다. 강도가 4.2%대의
삼성전기(009150)와
두산퓨얼셀(336260) 역시 23%, 17%씩 하락했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악재가 반영된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면 모두 자동차 부품과 전자 장비 등 제조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순매수 강도가 낮을수록, 즉 개인이 판 종목들은 주가 수익률이 양호했다. 순매수 강도가 마이너스(-) 6.5%인
한국항공우주(047810)는 18.9%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3.9%)와
삼성엔지니어링(028050)(21.6%),
하이트진로(000080)(23.22%)도 10% 이상 상승했다. 강도 -5.6%인
팬오션(028670)은 주가가 40%나 올라 코스피200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상황이 더욱 극심했다. 전체 지수가 15% 하락한 가운데 개인이 순매수한 코스닥150 종목은 18.6%의 평균 하락률을 기록했다. 특히 순매수 강도가 9.4%로 가장 높았던
엠투엔(033310)은 같은 기간 주가가 무려 54.4%나 하락했다. 이어
테스나(131970)(-18.22%)
동진쎄미켐(005290)(-37.45%)
안랩(053800)(-7.58%)
메지온(140410)(-39.66%)
KH바텍(060720)(-24.91%)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휴대폰 부품이나 반도체 관련장비 산업을 영위했으며 안랩을 제외하면 모두 코스닥 지수 하락률을 밑돌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나 러시아 디폴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변수가 해소된 후에 접근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주가가 눌릴 때 많이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주가 흐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디폴트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지나고 나면 매수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 비중은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하루평균 개인 거래 비중은 50.2%였지만 2월 52.3%로 2.1%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4일까지 일평균 54.17%를 기록, 약 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