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삼성·LG전자는 올해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기간이 만료되는 △전자칠판 △디지털사이니지 △개인용 컴퓨터(PC) △공조기·냉동기 등 4개 품목의 지정해제를 요구했다. 이 품목들은 양사가 최근 강화하고 있는 B2B 사업과 연관된 것으로 사업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 영역을 넘보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란 중소기업의 경영안정 지원을 위해 공공구매시장에서 중기청장이 지정한 품목은 중소기업자끼리만 경쟁해서 낙찰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지난 2007년부터 시행했다.
중기청은 2010년부터 중기업계의 설비 투자 등에 따른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중기간 경쟁제품의 잦은 변경에 따른 공공기관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제품 지정 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변경했다. 올해는 지난 2013년에 지정한 207개 품목의 지정기간이 만료되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공공구매 시장 진출을 위해 55개 품목에 이의를 제기한 상황이다.
◇“중기와 경쟁보다 해외시장 확대 주력해야”
삼성·LG전자는 공조기·냉각탑 등의 분야와 관련 “세계 시장 트렌드에 대응하고 중소기업의 공공구매 시장 독점으로 해당 시장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며 대기업이 국내 공공구매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서 중소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조달컴퓨터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지정해제를 요구하는 일체형 컴퓨터는 1998년부터 중소기업이 개발을 주도해 시장을 키운 품목”이라며 “8000여대(70억~80억원)에 불과한 공공시장에 대기업이 개발대상 제품이라는 이유로 지정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부터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관계부처는 대기업의 의견만을 전적으로 수용해 지정해제 의견을 중기청에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중기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이 해외진출을 위해 국내 공공시장 납품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삼성과 LG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해당 브랜드만으로도 해외시장에서 경쟁을 하는데 충분하지 않겠느냐”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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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는 지난 8월부터 대·중견기업과 각 협회 및 단체들이 요구한 지정해제 의견을 청취하고 중소사업자와들과 함께 회의를 통해 정리한 내용을 중기청에 전달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논의 내용과는 별도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부처에 자신들의 의견을 별도로 건의하고 해당 부처들은 여과없이 중기청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견련도 6개 품목 지정해제 요구…중·중 갈등 우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도 예상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기간 경쟁제품 제도를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자사의 사업 확대를 위해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해제를 요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중기청은 부처협의와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중기 경쟁제품 품목을 최종 확정해 연말께 공고할 예정이다. 중소기업계는 이 부분도 우려를 나타냈다.
부처협의를 통해 조정이 되지 않으면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운영위원회에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원이 적기 때문이다.
운영위원회는 중기청 차장을 위원장으로 기재부, 행자부, 산업부, 국토부 등 정부 관계자 7명과 교수(2명), 연구원(2명), 단체(3명) 등 15명으로 구성된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운영위원회에 중기중앙회가 배제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며 “중기중앙회가 빠지면 중기업계 의견은 누가 대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아직 운영위원회 명단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대·중견·중소기업자들의 의견을 고루 반영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복, 특수페인트, 토목용 보강재, 탄성포장재, 각재·판재 등의 품목은 이견을 제시한 측의 입장을 수용해 중기간 경쟁제품에서 지정해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