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삼성맨이 갤러리 대표가 된 까닭은

자산 회전율 보장제도·전시작품 선구매 등 파격 경영
“저평가된 국내 작가에게 힘이 되고 싶다”
갤러리씨씨, 11월 19일까지 ‘흙의 화가’ 채성필 특별 초대전 개최
  • 등록 2015-09-24 오전 12:00:00

    수정 2015-09-25 오후 2:05:21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국내에는 저평가된 작가들이 너무 많습니다. 예술가와 갤러리, 콜렉터가 공생하는 ‘진짜 갤러리’를 만들어 많은 작가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지난 21년간 삼성전자(005930) IT 영업팀장으로 활약했던 사람이 생소한 분야인 갤러리 사업에 뛰어들어서 화제다. 주인공은 2010년 설립한 갤러리씨씨의 윤성현(51·사진) 대표.

평생 영업·마케팅 업무에 종사했던 그가 갤러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다름아닌 부인 덕분이다. 윤 대표의 부인은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작품활동과 함께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집사람을 통해 미술계에 종사하는 작가들을 보면 저평가된 사람이 너무 많다”며 “현재 국내 갤러리의 시스템으로는 그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갤러리의 전폭적인 지원이 선결돼야 한다고 판단, ‘자산 회전율 보장제도’와 ‘전시 작품 선구매 및 무반품 제도’라는 획기적인 갤러리 운영 시스템을 내세웠다.

자산 회전율 보장제도는 갤러리씨씨에서 작품을 구매한 사람이 5년 후 되팔 경우 구매 금액의 100%를 보증하고 같은 금액으로 갤러리가 다시 구매하는 시스템이다.

전시작품 선구매 및 무반품 제도는 전시회에 초대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갤러리가 미리 구입한 뒤 판매에 나서는 방식이다. 갤러리가 구매한 작품이 팔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작가에게 반품하지 않아 작가들에게는 경제적인 안정성을 보장해준다.

윤 대표는 “작가들이 작품활동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안정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갤러리가 적극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 20여년간 쌓은 영업·마케팅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전시회 참가 작가들의 작품이 매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갤러리씨씨
윤 대표는 “한국에서 미술작품은 부유층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면서도 “예술적 가치에 공감하는 대중들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을 일깨워주고 싶다”고 전했다.

국내 갤러리 업계에 혁신을 예고한 갤러리씨씨는 24일부터 11월 19일까지 ‘흙의 화가’로 불리는 재불작가 채성필 작가의 특별 초대전 ‘묘한 만남’을 개최한다. 갤러리씨씨는 이번 전시회에서도 전시 작품 전체를 우선 구매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채 작가의 올해 최신 작품을 포함해 주요 작품 10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10월 8일 오후 6시에는 채 작가와의 대화시간 뿐만 아니라 백흥선 동아대 교수의 재즈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갤러리씨씨는 1945년 이후에 태어난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윤 대표는 “현재 유명작가들은 대부분 1910~1930년대생이 많다”며 “이들보다 광복 이후 출생한 저평가 작가들을 집중 발굴, ‘좋은 작가(Good Artist)’에서 ‘위대한 작가(Great Artist)’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이상미 갤러리씨씨 디렉터는 “앞으로 1년간 전체 전시를 위한 중견 작가군 네트워크를 형성할 예정”이라며 “이번 전시회가 미래의 컬렉터도 쉽게 예술 작품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갤러리씨씨는 24일부터 11월 19일까지 ‘흙의 화가’로 불리는 재불작가 채성필 작가의 특별 초대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바람의 땅(120927. I과 II연작, 왼쪽부터)’. 사진= 갤러리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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